[베이스볼 피플] ‘김현수 공백’ 두산 박건우를 깨운 5글자

입력 2016-09-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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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건우. 스포츠동아DB

2015시즌이 끝나고 김현수(28·볼티모어)가 메이저리그(ML) 무대로 떠나면서 두산의 올 시즌 전력에 물음표가 붙었다. 비시즌 내내 ‘김현수 공백’이라는 5글자가 두산을 괴롭혔다. 김현수는 2015시즌까지 통산 1131경기에서 타율 0.318(4066타수 1294안타), 142홈런, 771타점을 기록한 두산의 간판타자. 그의 빈자리는 커 보였다. 그러나 두산은 22일 잠실 kt전 승리로 일찌감치 올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김현수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운 박건우(26)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다.

올 시즌 두산에서 박건우는 대체불가 자원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29일까지 129경기에서 타율 0.338(470타수 159안타), 20홈런, 81타점, 17도루를 기록 중이다. 28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19호 홈런을 터트리며 두산이 팀 홈런 1위(178개)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이 홈런 1위를 차지한 사례는 1995년 OB(두산의 전신)가 유일해 그만큼 의미가 크다. 여기에 데뷔 첫 20홈런-20도루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박건우는 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영광이다”며 웃을 뿐이다.

두산 시절 김현수. 스포츠동아DB



● ‘김현수 공백’ 박건우를 깨운 5글자

박건우는 2015시즌까지 통산 156경기 타율 0.290, 6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잠재력은 풍부했지만, 1군에서 보여준 것이 많지 않았다. 입지도 좁았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PO, 한국시리즈(KS)까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KS 5경기에서 타율 0.313(16타수5안타), 3타점의 활약으로 두산의 KS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는 박건우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였다.

마음고생도 심했다. ‘김현수 공백’이란 5글자는 두산뿐만 아니라 박건우에게도 무거운 짐이었다. “(김)현수 형이 나가면서 부담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짐이 아닌 치료제가 됐다. 박건우는 “‘김현수 공백’이라는 말을 들으며 절실함과 간절함이 더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꾸준히 뛰면서 팀이 우승했다는 사실이 기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동안 부모님을 뵈면 웃지도 못했는데, 요즘은 야구 얘기도 많이 하신다.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두산 박건우. 스포츠동아DB



● 개인기록 욕심 없다, 무조건 팀!

흔히 선수들은 ‘개인기록이 욕심나지 않냐’는 질문을 받고 “팀 승리가 우선”이라는 모범답안을 내놓곤 한다. 박건우에게 ‘20홈런-20도루’를 언급하자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여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팀 퍼스트’ 정신도 숨어있었다.

박건우는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라고 운을 뗀 뒤 “물론 기록을 달성하면 좋지만, 의식해선 안 된다. 욕심내다 보면 타격 페이스가 계속 떨어지고, 결국 KS 때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짧게 치는 데 주력하면서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하겠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나보다는 팀 기록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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