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복덩이’ 김지용 “야구할 수 있어 감사하다”

입력 2016-11-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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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지용. 스포츠동아DB

2016시즌 LG 야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LG 김지용(28)이다. 그는 올해 팀의 셋업맨으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성적표도 51경기에 등판해 3승4패, 17홀드, 방어율 3.57로 빼어났다. 세부기록을 살펴보면 더 좋다. 피안타율이 0.225로 낮았고, 구원투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기출루자 득점허용율이 0.118(51명의 기출루자 중 6명만 득점)밖에 되지 않았다. 위기상황에서 가장 믿고 맡길만한 필승조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보이는 성적보다 “이렇게 공을 많이 던져본 적이 없어서 건강하게 시즌을 마쳤다는 게 가장 기쁘다”며 수줍게 웃고는 “야구를 계속 할 수 있고, 경기에 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 야구인생 최고의 시즌을 보낸 소감이 어떤가.

“시즌을 건강하게 끝내서 그게 가장 기분 좋다. 이렇게 많이 던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프지 않았으면 했는데 무사히 끝내서 다행이다.”


- 올 시즌을 통해 느낀 점은 뭔가.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 자신감하면 김지용이다. 마운드 위에서 공을 참 씩씩하게 던진다.

“원래 2군에서부터 그랬다. 마운드 위에서는 자신 있고 과감하게 던지는 편이었다. 즐긴다고 해야 하나. 2군에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프로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게 어디냐’는 긍정적으로 생각으로 즐겁게 지냈다.”


- 프로에서 야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나.

“아마추어 때도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가 아니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별 볼 일없는 선수였다. 운 좋게 대학을 졸업할 때 1년 잘 해서 지명(영동대 졸업 후 9라운드 65순위로 LG 입단)을 받았지만 상위라운드도 아니었고 주목받는 선수도 아니었다. 한때는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어서 배팅볼 투수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 배팅볼하면 김지용의 탄생신화와 연결되지 않나.

(김지용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공을 던지다가 양상문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국가대표팀 상대로는 연습경기에 등판했다. 그때 잘 던졌다. 내가 올라가기 직전에 계속해서 점수를 주니까 기분이 안 좋더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내가 상대한 타자들이 박병호, 김민성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었는데, 지고 싶지 않았다. 깔끔하게 막고 내려왔다. 이후 우리 팀 라이브배팅훈련할 때 공을 던졌는데 (양상문) 감독님께서 슬라이더가 좋다고, 잘 던지면 통할 것 같다고 칭찬해주셨다. (배팅볼은) 솔직히 같은 프로선수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지고 싶지 않아서 전력으로 던졌던 것 같다.”


- 배팅볼 이후 야구인생이 바뀌었다. 양 감독이 2015년 스프링캠프에 데려간다는 얘기를 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정말 감사했다. 이전까지는 (스프링)캠프에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팀 전력에 포함됐다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고, 캠프에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쁘고 행복했다.”


- 2015년 24경기를 포함해 6년간 뛴 경기수는 29경기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51경기를 필승조로 뛰었다. 배운 점이 뭐였나.

“체력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타자들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 올 시즌을 뛰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성적에도 나오는데 8월에 조금 안 좋았다(김지용은 8월 한 달간 11경기에서 7홀드를 올리긴 했지만 방어율이 5.23으로 좋지 않았다). 원래 아무 생각 없이 던져야하는데 중요한 순간 나가다보니 나도 모르게 ‘막아야겠다’,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 역시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양상문) 감독님도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네 공만 던지라’고 조언해주셨다.”


- 위기를 잘 넘기고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가장 뿌듯한 기록은 뭔가.

“이닝(63이닝)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경기에 나가고 많이 던지고 싶다. 지난해 1군에는 등록돼 있었지만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했다. 그때 기억 때문인지 계속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 내년 목표도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것’인가.

“그렇다. 1군에서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다. 내 주위에는 야구를 그만둔 친구들도 많다. 나는 야구를 할 수 있으니까 얼마나 행복한가. 가능한 많이 나가서 많이 던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포지션도 우리 팀이 워낙 좋은 투수들이 많아서 내년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더 열심히 하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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