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아인 무리한 요구…진땀 뺀 전북

입력 2016-11-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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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규정 넘어선 차량·연습구장 원해
2차전 원정 염려 최대한 마찰 피해


홈&어웨이로 펼쳐지는 승부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홈 어드밴티지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당연히 팀별 선호도도 다르다. 먼저 적지를 방문하는 쪽을 선호하는 팀도, 정반대인 팀도 있다.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만난 전북현대와 알 아인(UAE)의 입장도 달랐다. 한국과 UAE 모두 11월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전북은 6명, 알 아인은 5명을 국가대표팀에 내줬는데, 알 아인은 불만이 컸다. A매치로 인한 피로도, 시차(5시간), 180도 다른 기후, 2차전 준비과정에서의 역시차 등을 두루 고려하면 전북보다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였을까. 알 아인은 1차전에 앞서 결승 일정을 미뤄달라고 AFC에 요청한 데 이어 전주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트집 잡기도 했다. 또 결승 1차전을 치르기 위해 방한한 4박5일 내내 까칠한 태도를 보였다. 16일 무안공항을 통해 전세기로 입국한 알 아인은 전주 시내에 마땅한 호텔이 없어 군산에 머물렀는데, 할랄(이슬람 율법 제조 식품) 음식은 육류밖에 준비하지 않았다. UAE 왕족과 취재진, 팬, 선수단과 동행한 조리사는 채소와 과일은 물론 중동식 양념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요청해 전북 구단을 당황케 했다. 심지어 AFC 규정상 홈팀이 원정팀에 제공해야 할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수량의 교통편 제공을 요구했다. AFC의 허가 속에 사전 연습구장으로 배정된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까지 이동하기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군산에 따로 마련해줄 것을 고집하기도 했다.

전북은 의연하게 대처했다. 마냥 고집을 부릴 입장도 아니었다. 원정 2차전 때 푸대접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알 아인은 “너희(전북)도 곧 UAE로 넘어오지 않느냐”며 은근한 협박(?)을 일삼았다. 상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해줬고, 차량도 모기업(현대자동차)의 협조를 얻었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때로는 짜증나고, 가끔 상식 밖이라는 생각에 불편하기도 했지만 원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최대한 마찰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밝혔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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