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리포트] ‘월드컵 4회 우승’ 독일축구의 100년 역사

입력 2016-11-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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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4번의 월드컵 우승과 3번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우승은 한 치의 미사여구도 필요 없는, 독일축구가 이룩한 객관적 지표다. 물론 이런 금자탑이 하루아침에 세워진 것은 아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축구는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동료였다.

1900년 독일축구협회(DFB)의 전신이 창설됐지만, 26년간 감독 없이 국제경기를 치렀을 정도로 초창기의 여건은 열악했다. 당시에는 전 세계가 되풀이되는 전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기에 온전한 축구협회를 건설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당초 독일은 베를린에서 올림픽 개최를 계획하며 축구국가대표를 구성했지만,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로 취소됐다. 그리고 국가대표로 선발된 12명의 선수 중 11명이 군인 신분으로 전장에 나가 희생됐다. 전부 서른 살 남짓한 젊은 나이였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었던 독일은 국제대회 출전에 제한을 받았다. 동·서독 분단체제에서 먼저 서독이 1950년 11월 스위스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국제무대로 복귀했고, DFB도 재건됐다. 그리고 4년 뒤 스위스월드컵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베른의 기적’으로 불리는 일대 사건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더미가 된 독일 땅에서 월드컵 우승을 일군 축구는 자연스레 그들의 삶을 위로하는 존재가 됐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우승할 당시 독일.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963년 서독에서 분데스리가가 출범했고, 서독 경제 또한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1974년 서독월드컵은 독일의 눈부신 재건을 알리는 무대였는데, 이 대회에서 서독은 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 이후 독일 전역에 통일의 기운이 넘쳐나던 상황에서 서독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 해 10월 동·서독은 통일됐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차군단’의 사령탑들은 대부분 장기집권했다. 전설적 감독인 제프 헤르베르거는 22년간 사령탑을 맡으면서 첫 월드컵 우승을 안겨줬다. 후임 감독 헬무트 쉔도 약 14년간 재임하는 동안 1972년 유로(벨기에) 우승과 1974년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그 후 사령탑들도 최소 6년을 채우며 장수했다. 전설적 선수이자 감독인 프란츠 베켄바우어는 재임 마지막 해였던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우승했고, 역시 6년을 채웠다. 통일 이후 경제적 침체기를 겪은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감독들의 재임기간이 짧아졌지만, 현재 10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요아힘 뢰브는 독일축구의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들의 재임기간에서도 드러나듯, 역사는 단순한 결과물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두고 보며 같이 써내려가야만 진가가 드러나는 듯하다.

쾰른(독일) | 윤영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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