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2016 휘슬러코리아 일구상 시상식’이 열린 12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행사 직전 만난 한화 구단관계자는 “김성근(74) 감독님은 오늘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일구회 부회장을 지냈고, 올해도 고문을 맡고 있기에 다소 의외였지만 김 감독이 이미 언론사 시상식을 포함해 모든 연말 시상식에 불참을 선언한 터라 사실 크게 이상할 것도 없었다. 연말 시상식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은 KBO리그 감독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SK 새 외국인 사령탑 트레이 힐만 감독과 김 감독, 2명밖에 없다.
그런데 이날 행사를 20여분 앞둔 오전 10시40분 김 감독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화 박종훈 단장을 비롯한 구단관계자와 김광수 수석코치도 김 감독의 등장에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다. 김 감독이 이날 오전에도 구단측에 “시상식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에 그럴 만했다.
알고 보니 ‘깜짝 등장’은 아니었다. 취재결과 김 감독은 전날(11일) 이미 일구회측에 “시상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일구회 고위관계자는 “김 감독님이 어제(11일) 이미 참석한다고 말씀하셨다. 지난해까지 부회장을 맡으셨고, 올해도 고문을 맡고 있기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이 이날 행사에 참석하는 사실을 구단에도 전혀 알리지 않은 탓에 구단 관계자들은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듣고는 김 감독이 대기하고 있던 곳으로 부랴부랴 마중하러 나갔다. 김 감독은 행사가 끝나고 별다른 말도 없이 현장을 빠져나갔다.
김 감독의 조용한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다. 한화 선수단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11월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김 감독은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고 사흘 뒤인 3일 조용히 귀국했다. 가는 곳마다 조명을 받으며 화제를 몰고 다녔던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 이례적이다. 이날 일구상 시상식이 비시즌에 얼굴을 내비친 첫 공식행사였을 정도다.
오랫동안 김 감독을 지켜봐온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구단에조차 자신의 동선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은 구단에 불만을 표출하는 김 감독 특유의 방법”이라는 해석도 흘러나왔다.
한화 구단은 11월3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김성근 감독에게는 1군 본연의 임무에 집중토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그때부터 감독 출신(2010~2011 LG) 박 단장이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실제 김 감독은 자신의 의사와는 다르게 구단이 박상열, 이홍범 코치와 계약하지 않은 것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외국인선수 선발, 방출선수 영입, 코치 인선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던 과거와 달리 김 감독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 최근의 두문불출 행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연 김 감독은 한 해를 결산하는 야구인의 마지막 축제인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모습을 보일까.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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