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FA 시장, 왜 이적생이 잔류파를 이겼나?

입력 2016-12-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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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LG 차우찬(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LG 트윈스

KIA 최형우-LG 차우찬(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LG 트윈스

2017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은 모두가 사상 최대의 ‘돈 잔치’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A급’ 선수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왔고, 앞으로 이와 같은 시장이 다신 없다는 판단이 뒤따랐다.

실제로 역대 FA 시장 기록을 깨는 초대형 계약들이 나왔다. 타자 최대어 최형우(33)는 삼성에서 KIA로 이적하면서 역대 최초로 총액 100억원(4년)의 계약을 했다. 마찬가지로 삼성 소속이었던 왼손투수 차우찬(29)은 역대 투수 최고액인 95억원(4년)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현재까지는 최형우와 차우찬이 FA 시장의 승리자로 남았다. 또 다른 초대형 FA였던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 김광현(28)과 양현종(28)은 상대적으로 웃을 수 없었다. 2명 모두 원소속팀에 잔류했는데 예전 같았으면 보장받았을 ‘잔류 프리미엄’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SK 김광현-KIA 양현종(오른쪽). 스포츠동아DB

SK 김광현-KIA 양현종(오른쪽). 스포츠동아DB



● 김광현·양현종, ‘외부 요인’에 사라진 잔류 프리미엄

김광현과 양현종의 계약을 두고 원소속팀에 대한 ‘로열티’를 논하는 이들도 있지만, 단순히 팀에 대한 애정으로 설명하기엔 불가능한 계약들이었다. 2명 모두 우선협상기간 폐지와 맞물린 ‘외부 요인’이 계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SK 김광현은 팔꿈치 수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단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원소속구단 SK는 누구보다 그의 몸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반대로 김광현 측에선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이었다. 해외진출을 시도했어도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기 힘들 것이란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고, 타구단 이적 시 몰고 올 후폭풍도 부담이었다.

SK는 김광현의 수술 가능성을 높게 봤으나, 첫 해를 날린다는 판단 아래 4년 최소 85억원의 보장액을 안겼다. FA 재자격까지 1년이 더 필요해 사실상 김광현을 최소 5년간 보유할 수 있다는 판단도 뒤따랐을 것이다.



KIA 양현종은 상황이 또 달랐다. 먼저 해외 구단의 관심을 확인하기로 한 과정 속에서 구단과 선수 측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구단은 양현종의 해외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최형우 영입과 나지완 잔류, 새 외국인선수 영입 등에 많은 금액을 썼다. 특히 모기업의 특별지원이 필요한 FA 계약금이 첫 해에 모두 지급된다는 걸 감안하면, 양현종에게 또 다시 100억원대 계약을 안기는 데 부담이 컸다.

양현종은 일본 요코하마의 제안(2년 최대 6억엔 가량)을 거절한 뒤 국내, 그것도 콕 집어 친정팀 KIA 잔류를 선언했다. 고향팀의 에이스라는데 대한 자부심이 강하기도 했지만, 여기엔 KIA 외에 다른 구단이 외부 영입을 하기에 ‘실탄’이 부족한 상황도 작용했다. 당시 유일하게 투수 최대어들에 관심을 보인 LG는 일본 진출을 검토 중이던 양현종이 아닌, 차우찬과 협상이 거의 완료된 상황이었다.


● 우선협상기간 폐지로 지갑 연 구단, ‘인생은 타이밍’

상대적으로 친정팀을 떠나 ‘이적’을 결심한 선수들이 혜택을 봤다. 이는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기간 폐지가 부른 변화이기도 하다. 기존엔 우선협상기간 전에 팬들의 여론 등 여러 요인 때문에 내부 FA들 단속에 신경을 써야 했지만, 과감히 방향을 틀 여지가 생긴 셈이다.

KIA는 최형우와 꾸준히 연결돼 온 팀이다. 올해 5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만큼, 4번타자 최형우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었다. LG 역시 그동안 외부영입에 소극적이었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리빌딩의 성공으로 인해 대권 도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해외진출에 적극적이었던 양현종까지 시장에 있었다면, 옵션 포함 100억원을 넘게 받는 것으로 알려진 차우찬의 ‘대박’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타이밍’이 좋았던 차우찬은 시장평가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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