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부모는 어떻게 응원해요?” “‘지금껏 잘해왔어. 그렇게 계속하자’라고 격려해 주세요”

입력 2016-12-30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웃음꽃 핀 김신욱 청문회

‘키다리 아저씨’ 김신욱(28·전북현대)이 축구로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눈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46병동(소아종양혈액병동)의 회의실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1부 행사가 일행이 각 병실을 돌며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는 나눔의 시간이었다면, 2부 행사로 마련된 ‘환아(입원·외래환자 포함)들과의 대화’는 소통의 무대였다.

줄곧 “어린 친구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며 걱정했지만, 막상 자리에 앉자 술술 입이 열렸다. 예기치 못한 상황도 있었다. “질문이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던 예상과 달리, 참석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질의응답은 작은 기자회견처럼 느껴졌다. 날카로운 질문이 계속되자 김신욱도 진땀 깨나 흘렸다. 유럽축구 마니아 윤준성(13·가명) 군의 공세가 특히 대단했다. “기자보다 질문이 세다”며 헛웃음을 연신 터트린 김신욱의 청문회(?)에선 과연 어떤 이야기가 나왔을까.


-어느 팀에 가고 싶었어요?

“솔직히 선택권은 없었어. 프로에 입단할 때는 특정팀이 지명하면 거부할 수 없었어. 나? 그래도 팀들의 콜이 많은 편이었지. 수도권 주요 구단이 뽑는다는 약속도 했고. 그런데 정작 (그 팀들의) 지명 순번이 밀렸지. 결국 울산현대 유니폼을 입었어. 1순위로 말이야. 얼마나 큰 영광인지 몰라. 지금 전북에 있지만 날 성장시키고 키워준 울산을 잊을 수 없어.”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간다는 루머가 있었죠? 혹시, 찌라시(사설정보지)?

“하하. 그래도 조금 이야기가 있긴 했어. 전혀 생뚱맞은 소식은 아냐. 에버턴, 스토크시티 등이 거론됐던 건 맞아. 그런데 실질적 접촉은 없었어. 아마, 해당구단이 경기영상 등등 자료를 요청하는 수준이었던 것 같아.”(진짜네. 결국 찌라시였네!)


-축구선수로 존경하는 사람이 있어요?

“많은 이들이 있지만 꼭 거론하고 싶은 2명이 있어. 대표팀 후배 손흥민(24·토트넘)과 같은 팀의 이동국(37) 형님이야. 무엇보다 너희들처럼 목표가 뚜렷해. (손)흥민이는 훈련장에서나 실전에서나 항상 간절해. 마치 감독을 향해 무언의 시위를 한다고 할까? ‘넌(감독은) 날 출전시킬 수밖에 없다’는 말을 표정과 행동으로 보여주지. 동국이 형은 몸 관리의 귀재야.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떻게 해야 롱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줬어. 그 자체가 배움이야.”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운동선수의 부모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하나요?(보호자)

“음, 제 부모님은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쓰셨어요. 정말 영양 섭취는 최고였어요. 또 가장 중요한 게 ‘부담 줄이기’랍니다. 기억 속에 ‘왜 그것밖에 못해’란 질책은 없었어요. ‘지금껏 잘해왔어. 그렇게 계속하자’라는 격려가 대부분이었어요. 항상 편안히 만들어주셨죠.”


-상대한 가장 강한 수비수를 떠올리면요?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만난 벨기에 얀 베르통언(토트넘)이 가장 기억에 남아. 그 때 내 수준을 확실히 파악했어. 마치 벌거벗겨진 듯한 느낌이랄까? 내가 뭘 생각하는지, 어떻게 뛸지 이미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듯했어. 여전히 배우고 실력을 키워갈 수밖에.”


-축구선수는 연봉이 많아요?

“솔직히 적다고 할 수 없어. 그런데 개인적 생각으로는 돈은 ‘버는 것’이 아닌 ‘빌리는 것’이라고 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재미있는 건, 그렇게 살다보니 돈이 모아진다는 거지.”


-A매치에서 라이벌 팀 동료가 득점하면 기분 나쁘죠?

“이런, 정곡을 찔렸네. 마냥 행복하진 않아. 왜 저 친구한테 패스를 줬을까? 그런데 정말 믿는 건 아니지? 아무래도 반대의 경우가 좀더 좋을 것 같은데. 소속팀 멤버들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말이야.”


-은퇴 후 삶은 어떨 것 같아요?

“조심스레 지도자의 길을 생각하고 있어. 한편으로는 어려운 환경으로 축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나라로 떠나 봉사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 가능한 화려한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