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NC 해커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흥미로운 점은 이날 흔히 직구라고 표현하는 포심패스트볼(이하 포심)을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총 92개의 공을 던지면서 컷패스트볼(이하 커터) 31개, 슬라이더 33개, 투심패스트볼 13개, 체인지업 9개, 커브 6개만 사용했다. 그는 경기 후 “포심을 던져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농담을 던지고는 “KBO리그에 온 지 오래 됐다. (상대타자들이 나에 대한 이미 전력분석을 다 했기 때문에) 새로운 구종을 계속해서 연구하는 편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오늘은 굉장히 좋은 두산 타자들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커터와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해커가 영리한 피칭을 했다다. 백도어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고 커터로 결정구를 가져가니까 두산 타자들이 꼼짝 없이 당했다”며 “여기에 간간히 너클커브도 던지더라. 타격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의 말처럼 해커는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면서 상대 타자들을 마음껏 요리했다. “내 뒤에는 좋은 수비를 해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지만, 그의 안정적인 피칭이 발판이 돼 8회 역전이 가능했다.
해커는 효자용병이다. 2013년부터 KBO리그에 온 뒤 5년간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첫해에는 승운이 따르지 않아 4승11패(방어율 3.63)를 기록하긴 했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재계약에 성공했다. 2014년에는 8승8패, 방어율 4.01로 좀더 나아진 모습을 보이더니, 2015년 19승5패, 방어율 3.13의 빼어난 성적으로 다승왕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23경기에서 13승3패, 방어율 3.45를 기록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이스답게 책임감도 크다. 해커는 재프 맨쉽이 6주간 재활에 돌입하면서 홀로 많은 부담감을 안게 됐지만 “맨쉽이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내가 등판할 경기에 맞춰 준비를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경기든 압박감이 있지만 내가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스스로 마인드컨트롤 하면서 내가 할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긴다는 것은 팀이 이긴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기쁘다. 또 승리는 좋은 팀 동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