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롱 볼을 버린 NC 김경문 감독의 변신

입력 2017-07-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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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은 2017시즌 들어 번트와 불펜의 빠른 가동 등 벤치 개입을 극대화하고 있다. 김 감독은 팀 상황에 맞게 자신의 컬러를 바꿨고, 덕분에 NC는 강자의 위치를 놓치지 않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훌륭한 감독은 자신의 야구를 팀에 투영하기에 앞서 팀의 전력에 가장 맞는 색깔을 극대화한다.

선수시절 통산 868개의 홈런을 친 일본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오 사다하루(왕정치)는 지도자가 된 후 선 굵은 롱 볼을 추구할 것 같았지만 요미우리와 소프트뱅크에서 감독을 하며 수비 조직력, 번트와 다양한 작전으로 한 베이스씩 전진해 1점을 올리는 스몰 볼로 각광을 받았다.

NC 김경문 감독은 KBO리그에서 대표적인 빅 볼 야구를 추구하는 감독으로 꼽혀왔다. 2008년 김경문 감독이 이끈 두산은 페넌트레이스에서 SK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 해 두산은 126경기에서 단 36개의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SK의 80개와 비교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숫자였다. 그 해 50개 이하 희생번트는 두산 뿐이었고 김재박 감독이 이끌던 LG가 85개로 가장 많은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5회 이전에는 가급적 번트를 대지 않으려고 한다”며 자신의 확고한 야구관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1~2점차 리드를 불펜의 힘으로 지킨 선동열 감독의 삼성, 현란한 작전을 구사했던 김성근 감독의 SK와 비교해 두산만의 야구 색깔이 확실했다.

9년의 시간이 흐른 2017년. 김경문 감독은 바뀐 유니폼만큼 달라진 모습을 야구통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2017시즌 26일까지 NC는 92경기에서 43개의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4번째로 많다. 9년 전 두산에서 한 시즌 동안 기록한 희생번트보다 많은 숫자다. 최근 복수의 감독들은 “NC와 경기하면 초반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번트를 대는 이호준. 사진제공|NC 다이노스


김 감독은 21일 한화전에서 1-0으로 앞서고 있던 2회 희생번트와 대주자, 대타 작전 사인을 연이어 냈다. 2회에 이미 선발 출전한 테이블세터를 모두 교체하면서 7점을 올리는 빅 이닝을 만들었다.

김 감독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베스트 라인업이 가동되는 경기는 경기 중반까지 경험 많은 선수들을 더 믿고 상황을 맡기는 것이 옳다. 그러나 부상으로 주축 전력이 많이 빠진 상황에서는 경기 흐름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생번트는 메이저리그에서 점차 ‘멸종’되고 있는 작전이다. 메이저리그는 투수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홈런 등 장타에 대한 득점 의존도가 높아진 결과다.

타고투저의 시대인 KBO리그는 팀 상황, 감독의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희생번트 활용법으로 보여주고 있다.

넥센은 올 시즌 단 13개의 희생번트만 기록했다. 1위 한화와 비교하면 43개나 적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도루 사인도 잘 내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최신 흐름과 가장 가까운 야구다.

장정석 감독은 “아무리 확률이 높다고 해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버리는 것이 아깝다. 안타가 나와 찬스가 이어지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롯데는 거포 이미지가 큰 팀이지만 55개의 희생번트로 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시즌 중반 사퇴한 김성근 감독을 빼면 리그 사령탑 중 가장 많은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롯데는 리그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101개의 병살타를 기록 중이다.

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6회말 1사 1,2루 롯데 최준석의 내야땅볼때 KIA 안치홍이 1루주자 이대호를 포스아웃시키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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