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둘이 합쳐 201순위’ 김호령·강상원 “꼴찌여도 프로잖아요”

입력 2017-09-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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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호령-한화 강상원(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미래의 별’들을 만날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찌감치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2018 KBO 신인 드래프트가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다. 특급 유망주들의 행선지는 팬들에게 항상 최대 관심사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오게 될 선수를 미리 예측하며 드래프트의 묘미를 즐기는 팬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팬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드래프트 관심거리가 생겼다. 바로 ‘언더독의 반란’이다. 낮은 순위의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프로무대에서 종종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쳐 많은 팬들의 눈길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화 강상원.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한화 강상원, 2016년 2차 10라운드 99순위

한화 강상원(20)은 아직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이제 프로 2년 차인 그는 올 시즌에서야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주로 대주자 역할을 맡아 ‘백업’으로 그라운드를 밟는 자원이다. 프로 지명순위는 전체 99순위. 10라운드 지명자로 한화에서는 단연 최하위 지명자다. 2016 신인드래프트 당시 현장에서 유독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 팬들에게도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프로무대를 단 한 단어로 설명했다. 강상원은 “무엇인가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었다. 주전 선수들은 생각하는 것 자체도 다르더라. 프로 무대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벽’이라는 것에 대해 묻자 “치고, 달리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잘 하더라. 놀랐던 것은 어떤 상황에서 선배들이 보인 대처능력이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빠른 판단력을 보이더라. 아직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신인지명의 순간이 생생할 그에게 미래의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를 부탁했다. 그는 “내 말이 도움이 되겠나(웃음). 그래도 굳이 하자면 모두 조급해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퓨처스리그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차근차근 준비하다보면 저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KIA 김호령.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KIA 김호령, 2015년 2차 10라운드 102순위

KIA 김호령(25)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열린 신인드래프트 지명순위를 가장 무색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2015년 전체 102순위로 호랑이 군단 유니폼을 입었는데, 이는 당시 드래프트에서 가장 낮은 지명순위였다. 하지만 그는 10일 삼성과의 홈 경기에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하는 등 이젠 어엿한 팀의 주전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김호령은 “그때는 드래프트 현장에도 가지 못했다. 중계로 보면서 내 이름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는데, 9라운드까지도 호명이 되지 않아 너무 초조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이름이 나왔을 때는 너무 좋아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꼴찌여도 상관이 없었다. 프로에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이 났다”고 덧붙였다.

설렘을 가득 안고 뛰어든 프로 무대였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대학교 때와 달리 장점 하나만 가지고는 그라운드에 설 수 없었다. 수비에서 특출난 재능을 보였던 그도 첫 시작은 ‘백업’이었다. 김호령은 “솔직히 수비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 하나만으로는 절대 뛸 수 없는 곳이 프로더라. 다른 선배들이 워낙 방망이를 잘 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점차 기회를 얻은 방법에 대해 묻자 “처음에는 대수비로 나가기 시작했는데,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다. 욕심이 생겨 타격에도 많은 노력을 들였다. 경기를 자주 뛰다보니 타격감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말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는 “지명순위가 낮은 선수들은 항상 필사적이다. 모두 어디선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육성선수들 중에서도 성공한 선수들이 많지 않은가. 나는 아직도 멀었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광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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