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사이클은 ‘아홉수’ 넘긴 이범호 방망이를 따라돈다

입력 2017-09-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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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이범호가 3회초 2사 만루에서 SK 문승원의 초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125미터 좌중월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이범호(36)는 KBO리그 사상 최강의 ‘만루 사나이’다. 역대 KBO 만루홈런 2위는 심정수(전 현대·삼성)의 12개다. 현역인 이범호는 이미 이 기록을 훌쩍 넘어선 역대 1위다.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이범호는 통산 16호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1위임에도 안정감보다 초조함이 감도는 KIA를 구하는 한 방이었다. 이범호는 3회 2사 만루에서 SK 선발 문승원의 시속 146㎞ 직구를 잡아당겨 가운데 펜스를 넘겼다. 비거리 125m의 대형 홈런이었다.

KIA는 3회 2사 후 버나디나의 홈런(시즌 24호)으로 선취점을 올렸다.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만루를 만들어내 이범호까지 연결한 것이 결정적 대량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기만 세어보면 KIA는 5위(21승1무21패)에 불과한 성적이다. 전반기(56승28패)에 워낙 많이 벌어놓은 덕분에 1위를 수성하고 있을 뿐, 이대론 뭔가 불안하다는 수심이 깊다.

후반기 KIA의 브레이크에는 이범호의 침묵이 주된 원인 중 하나였다. 공교롭게도 개인 통산 299호 홈런을 쳐낸 뒤 슬럼프에 돌입했다. 8월 3일 kt전 299홈런 이후 같은 달 27일 NC전에서야 300호 홈런이 나왔다.

12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이범호가 3회초 2사 만루에서 SK 문승원의 초구를 잡아당겨 비거리 125미터 좌중월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홈인한 뒤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그 이후 타격감을 회복하는 듯 했는데, 다시 시즌 19호 홈런에서 아홉수에 빠졌다. 9월 3일 넥센전 19호 홈런 이후 5경기에서 홈런이 안 나왔다. 그러다 12일 SK전에서 팀이 간절히 원할 때, 만루홈런으로 20호 홈런을 장식했다. 이범호의 3년 연속 20홈런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3회 빅이닝(5점)을 만들어낸 KIA는 6회 1점을 달아났고, 불펜 총동원령을 내렸다. 외국인선발 팻 딘이 6이닝 동안 7안타를 맞았음에도 7삼진을 잡아내며 2실점으로 시즌 8승(6패)에 도달했다. KIA 김기태 감독은 김윤동~임창용~김세현 등 필승 계투진을 쏟아부어 6-2로 이겼다. SK의 홈 연승행진도 ‘7’에서 멈추게 했다.

이 승리로 KIA는 정규시즌 1위 매직넘버를 줄였다. 2009년 이후 8년만의 한국시리즈 직행까지 의미있는 한 걸음을 내딛었다. 결국 할 선수가 해줘야 돌아가는 것이 야구다. 주장 김주찬과 더불어 KIA의 정신적 버팀목인 이범호의 홈런은 팀의 분위기 전체를 끌어올리고 있다.

인천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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