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입력 2017-09-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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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감독. 스포츠동아DB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가 열린 유관순체육관. 관중석 가장 위 노란색 좌석의 귀퉁이 자리. 남자부 경기가 열린 날이면 김상우 감독은 코치들과 늘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우리카드와 같은 조의 경기가 아닌 날에도 그랬다.

전력 분석이나 분위기 탐색 차 체육관을 들르는 감독들은 간혹 있었다. 그러나 항상 체육관에 나타나는 이는 김 감독이 유일했다.

우리카드는 KOVO컵 기간, 천안 인근인 온양의 호텔에 아예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수도권에 숙소를 둔 팀들이 대부분 출퇴근 식으로 경기를 치른 것과 달랐다. 우리카드 역시 숙소가 인천이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주 무리는 아니었음에도 굳이 호텔을 잡았다.

우리카드가 KOVO컵을 대하는 자세는 이렇듯 몇몇 다른 팀들과 달랐다. 절박했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V리그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 지금부터 전력질주를 할뿐”이라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상당수 선수들의 경험이 일천한 편이고, 성취의 경험 역시 적다. 처음부터 이기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음을 김 감독은 간파한 것이다. 예선에서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에 승리한 우리카드는 22일 준결승에서 삼성화재마저 세트스코어 3-1(28-26 18-25 25-18 25-14)로 잡았다.

안정적 기술과 리더십을 갖춘 베테랑 세터 유광우가 가세한 뒤, 우리카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파다르는 삼성화재전에서 4세트 6연속 서브에이스를 포함해 서브로만 12득점으로 폭발했다. 파다르의 서브 앞에 삼성화재의 높이는 무력화됐다. 삼성화재는 당초 KOVO컵에 못 나올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선수 타이스까지 우리카드를 겨냥해 전격 투입했지만 우리카드는 위축되지 않았다.

이제 23일 우리카드는 2015년 KOVO컵 우승 이후 왕좌 탈환을 위해 한국전력과 대결한다. 결국 가장 진지하게 임한 두 팀이 KOVO컵 정상 길목에서 만났다.

천안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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