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태형 감독은 ‘곰탈여우’라는 별명이 있다. 넉넉하고 푸근해 보이는 외모 속에 수십 가지 수를 숨겨두고 현란하게 싸우는 지장(智將)의 이미지가 담긴 표현이다. 평상시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하지만 전장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냉철한 면모도 갖고 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2017 KIA와 한국시리즈(KS)에서 읍참마속을 위한 칼을 꺼내들지 않았다. 믿고 기용한 베테랑 김재호와 오재원의 부진이 이어졌지만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팀의 기둥 양의지도 허리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선발 포수가 안 되면 지명타자로 기용하며 계속해서 중용했다. 두산이 2~4차전에서 연이어 패하자 베테랑에 대한 믿음은 당장 거센 비난을 받았다. 김재호의 4차전 결정적 실책도 컸다. 덕아웃에 류지혁이라는 타격이 뛰어난 유격수가 있어 쏟아지는 아쉬움이 더 컸다.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렸다. 7회초 2사 1, 2루에서 KIA 김주찬의 타구를 잡으려다 실책한 두산 김재호가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프로야구 감독은 숙명적으로 결과론 앞에서 평가를 받는다. 김 감독은 팀의 한 시즌 운명이 걸린 30일 잠실 KS 5차전에서도 오재원, 양의지를 선발로 내보냈다. 오재원의 KS 1~4차전 성적은 타율 0.154로 부진했지만 믿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부상이 있었던 김재호는 몸 상태가 나빠져 선발에서 제외됐지만 대수비로 대기 시켰다.
김 감독은 “김재호는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지만 팀을 위해 참고 헌신하고 있다”, “오재원은 2번 타선에서 팀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수비 공헌도도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KS같은 큰 경기는 승리한 팀 수훈 선수와 패한 팀에서 부진한 선수들이 극명하게 대비되며 매서운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거센 비판에 대한 야속함이 묻어있는 말이었다.
단기전은 감독의 철학과 용병술이 압축돼 펼쳐지는 전장이다. 확실한건 어려운 전황 속 김 감독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뚝심을 밀고 나갔다는 점이다. 물론 결과는 감독의 책임이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