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19일 국가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과 협회 주위에서 일어난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며 집행부의 쇄신을 약속했다. 대대적인 인적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인사의 폭이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인적쇄신안 카운트다운…불신의 팬심 지울지 미지수
임원진 뿐만 아니라 실무진도 물갈이설
“협회 접촉 인사들 대부분 합류 난색도”
팬들 깊은 불신속 갈 길 못찾는 축구협
명확한 방향 설정한 조직개편만이 살길
대한축구협회의 대규모 인적쇄신이 시작됐다.
협회 정몽규(55) 회장은 지난달 19일 국가대표팀의 부진한 경기력과 협회 주위에서 일어난 일련의 논란에 직접 사과하면서 집행부 쇄신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김호곤(66) 기술위원장(부회장 겸직)이 2일 모든 직함을 내려놓았다. 측근의 카카오톡 문자 1통으로 촉발된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재선임 논란’에서 비롯된 첫 희생양이다.
김 전 위원장은 정 회장의 부담을 줄여주고, 축구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선택했다. 집행부의 개편은 이제 시작이다.
협회 부회장단 및 이사진의 물갈이는 불가피하다. 변화의 폭이 어느 정도냐가 유일한 문제다. 개편안은 조속히 공개될 전망이다. 협회 핵심 관계자는 5일 “큰 그림은 그려졌다. 이르면 다음주 초, 늦어도 A매치 시리즈 이전에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축구협회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원하는 대중의 의사를 늦게나마 받아들인 정몽규 회장의 상황판단이 아쉽지만 더 큰 문제는 잃어버린 귀중한 시간이다.
한국축구는 시작부터 황당했던 논란으로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 준비과정에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9월 초 우리 대표팀이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과한 이후부터 시작된 논란은 이제 2달째다. 심지어 히딩크가 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어떠한 공식 직함도 맡을 수 없다”며 입장을 밝힌 뒤에도 일각에서는 계속 논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미 대표팀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향후 코칭스태프가 어떠한 시도를 하고, 어떤 테스트를 하더라도 주변의 눈치를 봐야하는 난처한 처지다. 본선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당연히 수반돼야 할 기초 작업조차 의지대로 끌어갈 수 없는 분위기다. 앞으로의 평가전 하나하나가 월드컵 본선에서의 ‘단두대 매치’처럼 흘러갈 수 있다.
협회 내부도 뒤숭숭하다. 임원들만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일선 부서의 개편도 함께 진행될 전망이다. 정 회장이 공언한 ‘월드컵대표팀 전담팀 구성’만이 아닌 홍보·지원·국제·마케팅 등 사실상 전 부서에서 변화가 이뤄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변화는 바람직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무엇보다 시기가 너무 좋지 않다. 대표팀 지원에 역량을 쏟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과도한 변화는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 전문 인력들의 역량을 극대화해도 모자랄 판에 무조건 매스를 들이대는 것은 위험하다.
한 축구인은 “단순히 사람만 바꾸는 것이 답은 아니다. 협회의 조직개편에 명확한 방향과 발전방안, 비전은 있는지 묻고 싶다. 실무 전문가들이 전면 물갈이되면 월드컵 준비에 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는 “협회가 접촉했다는 소문이 들리는 일부 인사들은 현 시점에서의 협회 합류에 난색을 표명했다는 풍문도 들려온다.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지금까지의 상황보다 훨씬 실망스럽고 충격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걱정했다. 러시아월드컵까지 불과 7개월여. 갈 길이 멀고 먼 한국축구는 정말 시간이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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