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이 말하는 정현,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

입력 2018-01-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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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역사적인 경기를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본 이형택(왼쪽) 이사장은 “이제 정현은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며 진심이 담긴 격려를 전했다. 동아일보DB

한국 테니스의 역사가 새롭게 써지는 그 순간, ‘전설’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형택(42·이형택테니스아카데미재단) 이사장은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 끝에 깨진 자신의 기록을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냈다.

이 이사장은 현역으로 뛰던 2000년과 2007년 US오픈 16강에 두 번이나 진출해 한국 테니스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다. 정현(22·한체대·삼성증권 후원)이 2018호주오픈에서 활약하기 전까지 한국 테니스선수들 중 마지막으로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16강에 올랐던 ‘레전드’다. 22일 16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출신’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따돌린 정현은 24일 테니스 샌드그렌(세계랭킹 97위·미국)과 8강전을 치른다.

이 이사장은 정현이 자신을 넘어서는 순간을 한국이 아닌 미국 땅에서 TV를 통해 지켜봤다. 한국선수들의 미국 진출을 위해 캘리포니아 현지 업무를 보던 그는 시차로 인해 밤을 새워가며 경기를 봐야 했지만, 중계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여전히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 이사장은 23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마치 내가 경기를 뛰는 것처럼 너무 긴장됐다. 승리가 확정되고, 정현이 코트에서 절을 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일취월장한 정현의 기량에는 연신 감탄사를 토해냈다. 그는 “정현의 백핸드는 이미 세계 최정상급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선 그동안 아쉬웠던 포핸드도 많이 좋아졌더라. 멋진 샷이 정말 많이 나왔다”고 칭찬했다.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이 이제 4강 진출을 노린다. 2018호주오픈 16강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꺾은 정현은 24일 테니스 샌드그렌(미국)과 준결승행을 놓고 다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조코비치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데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 이사장은 “조코비치를 16강에서 꺾었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다. 부상이 있었다지만 1회전도 아닌 4회전(16강)까지 올라온 선수다. 본인도 컨디션을 충분히 끌어올렸던 상태란 뜻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코비치의 팔을 아프게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그만큼 강한 스트로크로 압박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 정현의 빈틈없는 플레이가 조코비치의 경기 운영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샌드그렌과의 8강전에 대해선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 이사장은 “정현이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본다. 샌드그렌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기복이 있는 선수다. 반면 정현은 자신의 플레이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의 순항을 예상하는 이유로는 ‘자신감’을 꼽았다. 이 이사장은 “호주오픈에서 가장 많이 우승을 차지한 조코비치를 꺾었다. 정현은 자신감이 붙을 대로 붙은 상태다. 8강에서 이기면 이후 로저 페더러를 만날 수도 있는데, 지금의 정현이라면 누구와 붙어도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후배를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부상을 조심하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정현이 한참 컨디션이 좋다가도 부상으로 주춤하는 경우가 있었다. 몸 관리를 잘해 큰 부상 없이 오랫동안 투어를 다녔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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