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월드컵과 VAR, 그리고 한국축구에 미칠 영향

입력 2018-01-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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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비디오판독(VAR· Video Assistant Referee)이 월드컵에 도입되면 한국축구는 유리할까, 불리할까.

VAR는 정확한 판정을 돕는 시스템이다. 경기 영상의 재생을 통해 판정을 실시간 확인한 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주심의 명백한 오심이나 확인하지 못한 심각한 반칙을 바로잡는 장치다. 이는 골이나 페널티킥, 직접 퇴장, 제재 선수 확인 등 4가지 상황에서만 활용된다.

K리그에는 지난해 7월 도입됐다. 당시 판정 불신이 팽배해 급하게 들여왔다. 처음이다 보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황선홍 서울 감독이 “너무 정확해서 문제”라고 했듯이 정확성은 인정받았지만 경기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운영을 매끄럽게 하지 못한 심판 자질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대체적인 시각은 긍정적이었다. 판정의 정확성을 높였다는데 큰 이견은 없었다.

2017시즌 클래식(1부) 127경기에 적용된 VAR은 총 66회의 판정이 이뤄졌는데, 판정 변경 43건, 판정 유지 23건이었다. 43건 중엔 득점 인정이 4건, 득점 취소가 7건이었다. PK 선언과 취소는 각각 8건이고, 퇴장은 선언 15건, 취소 1건이었다. 판정 변경 비율은 2.95경기당 1건으로 나타났다.

VAR이 판정의 신뢰성을 높였다고 결론 내린 프로축구연맹은 2018시즌엔 챌린지(2부)에도 적용하는 등 확대 운영한다. 연맹은 심판의 동계훈련을 통해 VAR 상황별 시뮬레이션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등 시즌 개막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월드컵에도 도입 전망

2017년에는 한국과 호주는 물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모두 12개국이 VAR을 운영했다. 올해는 더 많은 국가에서 활용한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결정이다. 6월 개막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 VAR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스카이스포츠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FIFA 상업 최고책임자인 필립 르 플록은 “러시아월드컵에 VAR이 도입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공정한 경기를 위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후원업체를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VAR의 도입 여부는 3월초 국제축구평의회(IFAB)에서 결정된다. IFAB는 축구 규칙을 제·개정하는 회의다.

FIFA는 VAR의 월드컵 도입을 염두에 두고 몇 차례 시범운영을 했다. 2016 클럽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에 선보였고, 2017 U-20 월드컵과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테스트했다. 이를 통해 VAR 도입의 실효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으며, 월드컵에도 가능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한국축구에 미칠 영향

중요한 건 VAR가 월드컵에 도입된다면 한국축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이다.

규칙 변경은 커다란 변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백태클 규칙이 강화됐는데, 한국은 1차전 멕시코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하석주가 강화된 규칙 때문에 퇴장 당한 아픈 경험이 있다. VAR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출전에 앞서 규칙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VAR의 도입이 월드컵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제주에서 훈련 중인 K리그 심판들에게 의견을 구한 결과, 공격적인 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장치라고 했다. 힘과 기술이 좋은 공격수를 막기 위해 상대 수비수들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위험지역인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수비는 파울성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VAR은 그걸 잡아낸다.

이는 월드컵 무대에서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인 한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의미다. 우리와 한조인 독일, 스웨덴, 멕시코의 공격력은 알려진 대로 막강하다. 우리는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VAR이 도입되면 수비 패턴의 변화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은 이 점을 충분히 숙지해야한다. 그래야 엉뚱하게 피해 보는 일이 없다. 아울러 우리 경기에 배정되는 심판의 성향을 파악하는 세심함도 요구된다. 그게 월드컵을 대비하는 자세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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