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송민섭은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올 시즌 한 단계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마치 정규시즌처럼 달려드는 이유다. 사진제공 | kt 위즈
‘전역’은 남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마지막 휴가’라 했던가.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남자에게 만큼은 강하게 유효한 말이다. 전역과 동시에 피 말리는 1군 잔류 경쟁을 벌이고 있는 kt 송민섭(27)의 이야기다.
송민섭은 2014 kt 자유선발을 통해 2015년에 마법사 군단의 유니폼을 입었다. 선린중~선린인터넷고~단국대를 나온 그는 소위 요즘 보기 드문 대졸 자원이다. 1991년생으로 올해 나이는 만 27세.
빠른 발과 폭넓은 수비를 자랑하는 그는 신인시절인 2015년에 프로 1군 무대에서 28경기를 소화했다. 주로 대주자와 대수비로 나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kt의 미래 자원으로 큰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여느 프로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 송민섭 또한 ‘1%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베테랑이 버티고 있는 주전 외야진에 공격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다소 활약이 미미했다.
고심 끝에 그는 입대를 결정했다. 순리대로 제 길을 가다보면 언젠가 자신에게도 금쪽같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어서였다. 그러나 인생이란 게 역시 항상 마음 먹은대로 풀리지는 않는다. 2017년 9월 전역을 신고한 그는 타이밍 좋게 2018시즌을 앞두고 1군에 복귀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돌아온 팀은 너무나도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kt 송민섭. 사진제공|kt 위즈
당장 즉시전력감으로 볼 수 있는 외야자원들이 여럿 영입됐다. 프리에이전트(FA)를 통해 유한준이 합류했고, 2017시즌에는 새로운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영입됐다. 2018년 신인 강백호의 존재감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송민섭이 설 자리는 다시 좁아졌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매우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군대를 가기 전까지는 정말 막연하게 야구를 했다. ‘그냥 어떻게 해서든 잘 하자!’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분명한 ‘내 색깔’을 가지고 야구에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본인이 직접 밝힌 자신의 야구 색깔에 대해서는 “어느 위치에서든 내 장기를 십분 살리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송민섭은 “팀을 위해 최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게 바로 득점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핀치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스프링캠프에서 일찌감치 지켜나가고 있다. 25일(한국시간) 미국 샌 마뉴엘 경기장에서 열린 마이너리그 연합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대주자로 나서 무려 3도루와 2득점을 기록했다.
송민섭은 “나는 정규시즌에 임한다는 각오로 연습경기를 뛰고 있다. 지금부터 성공률을 쌓아 놓아야 진짜 시즌에 들어갔을 때 자신감이 붙는다. 서두른다는 개념이 아니다. 탄력을 일찍 받고 싶은 마음뿐이다. 서서히 몸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것은 내가 어느 정도 기량에 올라섰을 때 할 수 있는 부분 아니겠나”고 말했다.
샌 버나디노(미 캘리포니아 주)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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