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역대 고졸 대형타자의 야구인생

입력 2018-04-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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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이정후-kt 강백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지난달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아홉 신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타격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나다. 손목과 몸 회전 등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KBSN 안치용 해설위원)

kt 강백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슈퍼루키의 등장으로 KBO리그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이정후(20·넥센)는 역대 최초 ‘열아홉 살’ 3할 타자(0.324)가됐다. 안타와 타점 모두 고졸신인 데뷔 첫 시즌 최다 기록을 모두 바꿨다. 10년 만에 순수 신인왕도 차지했다.

강백호는 시즌 초반 지난해 새 바람을 일으킨 이정후보다 더 강렬하게 등장했다. 가장 결정적 차이는 강백호가 호타준족인 이정후와는 다른 홈런타자라는 점이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다. 강백호는 시즌 개막 후 8경기 만에 홈런 4개를 쳤다. OPS가 1.200에 이른다. 순장타율 0.467은 놀라운 숫자다. 당장 KT를 제외한 9개 팀 전력분석팀은 강백호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자신도 몰랐던 약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프로의 벽은 높다. 시즌은 아직 130경기 이상 남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극복한다면 시즌 40홈런도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다.

KBO리그 37년 역사에서 고졸신인이 첫 시즌 홈런타자로 활약한 사례는 많지 않다. 고졸 신인으로 10홈런 이상을 기록한 주인공이 지금까지 단 5명뿐일 정도다. 그 중에서는 야구 역사를 바꾼 대 스타로 성장한 선수도 있고, 첫 시즌이 커리어 하이로 끝난 선수도 있었다.

LG 선수 시절 김재현. 사진제공|LG 트윈스



● 김재현의 21호 그리고 조현의 9호

1994년 김재현(당시 LG·현 SPOTV해설위원)은 고졸 신인으로 지금도 깨지지 않는 21개의 홈런을 치며 LG 우승을 이끌었다. 빠른 스윙스피드가 놀라웠다. 그러나 김재현은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단 한번도 21이라는 홈런 숫자를 넘지 못했다. 1995년 LG에 입단한 김재현의 신일고 1년 후배 조현은 시즌 초 홈런을 펑펑 때리며 더 큰 돌풍을 일으켰다. 같은해 데뷔한 고졸 신인 삼성 이승엽보다 초반 주목도는 더 높았다. 조현은 전반기에만 9개의 홈런을 쳤다. 그러나 조현의 극단적인 어퍼스윙은 치명적 약점을 노출했다. 조현은 5시즌을 뛴 후 은퇴했다. 통산 홈런은 9개보다 단 5개 많은 14개였다.

한화 김태균. 스포츠동아DB



● 김태균 20개·이승엽 13개

고졸신인 시즌 최다 홈런 역대 2위 기록의 주인공은 한화 김태균으로 2001년 20개를 쳤다. 역대 4위는 ‘국민타자’ 이승엽으로 1995년 13개를 기록했다. 이승엽은 1997년 32개를 시작으로 홈런기록을 모두 다시 썼다. 역대 3위는 2009년 KIA 안치홍이 기록한 13개, 5위는 2006년 SK 최정의 12개다. 고교시절 ‘소년장사’로 불렸던 최정은 장타력에 집중하기 위해 스위치 타자를 포기했고 시즌 50홈런에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거포가 됐다. 공동 6위는 조현과 최진행(2004·한화)의 9개다.

강백호가 어떤 길을 걸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수많은 별이 뜨고 진 KBO리그 역사를 돌아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수와 승부보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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