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스포츠동아DB
현대캐피탈은 신영석 문성민이 부상으로 결장한 5라운드에 3승3패로 부진했다. 전술적으로 팀의 장점인 강한 서브가 사라진 것이 부진의 원인이었다.
그나마 파다르 전광인의 공격으로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새로운 문제가 드러났다. 공격수 개인능력 위주로 플레이를 하다보니 세터의 연결에 따라 팀이 들쭉날쭉했다. 아직 경험이 적은 이승원 이원중이 공격수에 좋은 연결을 해주기 위해서는 리시브가 탄탄해야 했다. 결국 돌고 돌아 팀의 성패는 리시브로 귀결됐다. 그동안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던 리시브 타령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 현대캐피탈의 업템포 배구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최태웅 감독의 업템포 배구가 팬들의 찬사를 받은 이유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했고 어느 정도는 결과로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즌 전광인 파다르의 영입이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보다는 부정적인 요소를 남긴 것도 그동안 최태웅 감독과 현대캐피탈이 추구해왔던 배구의 색깔이 차츰 변해갔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태웅 감독은 4일 OK저축은행전을 앞두고 스피드배구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말로는 쉽지만 스피드배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터의 연결이 낮고 빠르다고 무조건 스피드배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4명의 공격수가 동시에 움직이는 빠른 공격이 만들어져야 진정한 스피드배구다.
서브리시버들은 이전과는 달리 세터의 이동 가능한 범위 안에서 리시브를 하고 세터는 사전약속 대로 올려주기만 하면 4명의 공격수가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스피드배구의 핵심이다. 연결된 공이 공격수에 입맛에 맞느냐의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리시브와 세터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전광인(왼쪽)-이승원. 스포츠동아DB
● 더 커진 전광인의 하중, 줄어든 이승원이 부담
현대캐피탈이 다시 선택한 스피드배구에서 가장 부담이 많아진 선수는 전광인이다. 이런 배구를 해본 적도 없고 현대캐피탈에 이적한 뒤부터 리시브에 가담해 아직은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결국 이번 시즌 팀이 운명은 전광인이 얼마나 빨리 새로운 배구를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스피드배구의 가장 큰 특혜는 세터 이승원이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경기 결과에 따라 엄청난 비난을 받고 감독의 요구도 많았지만 이제는 잘 올려줬느니 못 올려줬느니 하는 부담이 사라졌다. 그로서는 리시브 된 공을 약속대로 올려놓기만 하면 역할을 다한 것이다. 책임은 전적으로 공격수가 진다.
세터가 마음이 편하면 그 팀의 플레이는 활기차진다. 공교롭게도 스피드를 추구하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18일 오후 7시 천안에서 시즌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이번 시즌 우승을 가름할 분수령이다. 결과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