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허일. 스포츠동아DB
요즘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외야수 허일(27)은 ‘넘버원’으로 통한다. 한자 한 일(一)자를 쓰는 그의 이름과도 맞닿아 있다. 1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허일은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한자 그대로, 모든 면에서 넘버원, 최고가 되자는 의미”라고 했다. “넘버원”을 외칠 때 그의 표정에 천진난만함이 묻어났다.
올해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까지는 입단 첫해인 2011년 2경기(4타수 무안타), 2018년 9경기(14타수5안타·타율 0.357) 출장이 전부였다. 2011시즌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2번)의 비교적 높은 순서로 지명된 기대주였지만, 제대로 알을 깨트리고 나온 올해까지 무려 8년의 긴 시간이 걸린 것이다.
과거와 가장 큰 차이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13일까지 올 시즌 23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279(61타수17안타), 1홈런, 13타점, 출루율 0.353이다. 특히 안방인 사직구장에서 12경기 타율 0.409(22타수9안타), 1홈런, 6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덕분에 홈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근성 넘치는 플레이와 클러치 상황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은 허일의 가장 큰 매력이다. 9타수6안타(타율 0.667)의 대타 성적과 타율 0.429(21타수9안타), 12타점의 득점권 성적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지난 5일 사직 SK 와이번스전부터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7경기 연속 3번타자로 선발출장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 “마냥 좋아할 수 없다”
- 그토록 꿈꿔왔던 1군에서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팬들의 기대치가 올라갔음을 느끼고 있나.
- 그에 따른 부담감은 없나.
● ‘좋은 타자’ 넘어 ‘좋은 야구선수’ 꿈꾼다
- 표본은 작지만, 대타 성적이 놀랍다.
- 야구 철학이 궁금하다.
- 확실한 1군 선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무엇을 채워야 할까.
“야구의 디테일이다. 치고 달리고 던지는 맹목적인, 1차원적인 야구가 아닌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투수의 제구가 좋지 않는데도 초구를 치는 등 소위 생각 없이 야구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채워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좋은 타자’가 아닌 ‘좋은 야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캠프 때부터 수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금까지 계속 지적받은 부분이 수비다. 처음 프로에 지명 받았을 때는 3루수였고, 외야로 전향한 뒤에도 좌익수와 우익수만 경험했다. 그런데 윤재국 수비코치님께서 ‘외야는 모든 포지션을 다 잘해야 기회가 간다’고 강조하셨고,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지금은 내가 중견수가 아니면 나갈 자리가 없다. 다행히 중견수 수비에 어느 정도 적응한 덕분에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