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름 그대로, ‘넘버원’ 꿈꾸는 롯데 허일의 진심

입력 2019-05-14 1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허일. 스포츠동아DB

롯데 허일. 스포츠동아DB

요즘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외야수 허일(27)은 ‘넘버원’으로 통한다. 한자 한 일(一)자를 쓰는 그의 이름과도 맞닿아 있다. 1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허일은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한자 그대로, 모든 면에서 넘버원, 최고가 되자는 의미”라고 했다. “넘버원”을 외칠 때 그의 표정에 천진난만함이 묻어났다.

올해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까지는 입단 첫해인 2011년 2경기(4타수 무안타), 2018년 9경기(14타수5안타·타율 0.357) 출장이 전부였다. 2011시즌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2번)의 비교적 높은 순서로 지명된 기대주였지만, 제대로 알을 깨트리고 나온 올해까지 무려 8년의 긴 시간이 걸린 것이다.

과거와 가장 큰 차이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13일까지 올 시즌 23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279(61타수17안타), 1홈런, 13타점, 출루율 0.353이다. 특히 안방인 사직구장에서 12경기 타율 0.409(22타수9안타), 1홈런, 6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덕분에 홈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근성 넘치는 플레이와 클러치 상황에서 보여주는 집중력은 허일의 가장 큰 매력이다. 9타수6안타(타율 0.667)의 대타 성적과 타율 0.429(21타수9안타), 12타점의 득점권 성적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지난 5일 사직 SK 와이번스전부터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7경기 연속 3번타자로 선발출장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야구 인생에서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기쁨보다 책임감을 먼저 언급했다. 허일의 말 마디마디에 진지함이 묻어났다.


● “마냥 좋아할 수 없다”

- 그토록 꿈꿔왔던 1군에서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기쁨이다. 하지만 경기에 나갈수록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커진다. 경기에 많이 나간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지금은 팀 사정상 3번타자로 나가고 있는 만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그 부담을 떨쳐내기 위해 테이블세터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나가고 있다. 1~2경기 정도면 그라운드에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 기뻐할 수 있지만, 그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 팬들의 기대치가 올라갔음을 느끼고 있나.

“그렇다. 크게 의식하진 않지만 팬들의 함성이 느껴진다. 승부처에서 선배들이 대타로 나갈 때 보면 함성이 엄청나지 않나. 그 정도의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대타로 나갈 때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뭔가 뜨거워지더라. 그 응원에 보답해야 한다는 열정이 피어오른다.”


- 그에 따른 부담감은 없나.

“아직 나는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2사 후에는 ‘내가 아웃되면 기회가 사라진다’는 생각도 하지만, 그때 느끼는 부담을 ‘여기서 내가 치면 영웅이다’, ‘내가 잘 치면 팀 승리에 기여한다’는 동기부여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클러치 상황이 아니라면, 영웅이 될 기회조차 없다.”

● ‘좋은 타자’ 넘어 ‘좋은 야구선수’ 꿈꾼다

- 표본은 작지만, 대타 성적이 놀랍다.

“이미지트레이닝을 통해 효과를 보기도 했고, 무엇보다 잠을 자기 전에 항상 계획을 세우려 한다. 내게 처음 주어진 기회가 대타였다. 코치님들께서도 항상 ‘언제 대타로 나갈지 모르니 준비하라’고 하신다. 대타로 나갔을 때 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자리가 없으니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많이 생각했다. (채)태인이 형 등 선배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일단 타석에 들어서면 초구에 스윙을 한다. 그래야 타이밍이 맞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준비하다 보니 결과가 잘 나온 것뿐이다. 항상 잘 칠 수는 없지만, 좋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 야구 철학이 궁금하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못 하면 항상 후회가 남는다. 어떤 상황이든 마찬가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수긍할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후회만 남는다. 일례로 ‘이번에는 무조건 초구를 친다’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서면 꼭 실천으로 옮기려 한다.”

- 확실한 1군 선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무엇을 채워야 할까.

“야구의 디테일이다. 치고 달리고 던지는 맹목적인, 1차원적인 야구가 아닌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투수의 제구가 좋지 않는데도 초구를 치는 등 소위 생각 없이 야구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채워가야 한다. 그렇게 해야 ‘좋은 타자’가 아닌 ‘좋은 야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캠프 때부터 수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금까지 계속 지적받은 부분이 수비다. 처음 프로에 지명 받았을 때는 3루수였고, 외야로 전향한 뒤에도 좌익수와 우익수만 경험했다. 그런데 윤재국 수비코치님께서 ‘외야는 모든 포지션을 다 잘해야 기회가 간다’고 강조하셨고,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지금은 내가 중견수가 아니면 나갈 자리가 없다. 다행히 중견수 수비에 어느 정도 적응한 덕분에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더 많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