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배구대표팀 임도헌 감독. 스포츠동아DB
임도헌 남자대표팀 수석코치가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배구협회는 새로운 코치를 뽑아야 한다. 원칙은 공모지만 사전내정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행동이 나왔다. 2일로 마감된 1차 지원에서 1명이 지원해 3일부터 7일까지 2차공모를 받던 때였다. 협회의 고위인사가 재공모 마감을 앞두고 어느 프로구단의 감독에 그 팀의 수석코치를 대표팀에 차출시켜달라고 연락했다.
시즌 준비에 들어간 프로 팀이 들어줄 상황은 아니었다. 들어줘서도 안 되는 이유도 있었다. 김호철 감독을 영입하려던 OK저축은행이 한국배구연맹(KOVO) 구성원은 물론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가운데 방지책을 논의하는 임시이사회가 4월24일 열렸다. OK저축은행이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사과했다. 각 구단의 단장들은 “현행 전임감독제를 유지하고 국가대표 운영에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약속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전임감독제는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까지 전임으로 운영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배구협회의 고위인사는 프로팀에게 코치의 차출을 비밀리에 요청했다. 이 행위는 공모라는 원칙이 훼손되는 문제다. 만일 단독지원한 후보자의 기량이나 자격이 미달된다고 판단했다면 경기력향상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결정을 내린 뒤 다음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지원자를 두고 다른 후보자를 몰래 추천받으면 공정성 문제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 그래서 절차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을 무시한 상황판단이 아쉽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사진제공|대한배구협회
이뿐만이 아니다. 협회의 어느 직원은 최근 여자 프로팀 감독에게 전화를 2차례 걸었다. 대표팀에 선수를 보내는 것과 관련된 일이었다. 이미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였기에 필요하면 경기력향상위원회를 통해 책임자가 소속팀 감독에게 정식으로 요청하면 된다. 상황이 급하면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프로팀 코칭스태프에게 연락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그 선수는 부상 이후 열심히 재활을 하고 있다. 만일 대표팀에서 정확한 파견일정을 알려주면 경기가 가능한 몸 상태와 감각을 만들어 보내야 하기에 소속구단이나 감독도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 하고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의 전화연락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부상당한 선수가 직접 라바리니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다고 요청을 해달라”는 얘기였다. 당연히 그 선수의 소속팀 감독은 거부했다. 왜 선수가 대표팀 감독에게 대표선수 자리를 구걸하는 듯한 모양새를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또 하나 이런 전화를 경기력향상위원회 책임자가 아니라 협회 직원이 하는 과정에 담긴 숨은 사정을 몰라 그 감독은 고민 중이다.
대표팀의 자리는 선수가 가고 싶다고 가는 자리는 아니다. 감독에게 뽑아 달라고 전화해서 가는 자리도 물론 아니다. 현재 몸 상태와 실력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대표팀에 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절차대로 뽑으면 된다. 왜 이런 과정을 놔두고 마치 무자격자를 편법으로 뽑는 것처럼 행동했을까.
요즘 대한배구협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참 궁금한 것이 많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