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울산 현대와 전북현대의 경기에서 전북 모라이스 감독과 울산 김도훈 감독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리버풀FC가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올랐다. 통산 19번째이자, 30년 만에 되찾은 영광이다.
1992년 EPL 출범 이후 리버풀은 번번이 미끄러졌다. 그 사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를 2회(2005·2019년) 제패했지만, 리그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맨체스터시티에 승점 1점차로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초반부터 빠르게 승점을 쌓아 추격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리그 중단을 가져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일한 걱정이었다.
상황에도, 환경에도 차이가 있지만 이는 K리그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치열하게 K리그1(1부) 우승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만 서로 주목하는 부분은 다르다. 최근 K리그1 3연패에 성공한 전북은 리버풀보다는 라이벌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통산 7회(2009·2011·2014·2015·2017·2018·2019) 정상을 찍으며 절대왕조를 구축한 ‘녹색군단’은 리버풀에 타이틀을 내준 맨체스터시티, 첼시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에 자극을 받았다. 오늘의 영광이 내일의 웃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새삼 확인했다.
전북 구단 내부에선 “외부에서 거론하는 ‘승리 DNA’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 현실 안주는 쇠락이다”는 메시지가 공유됐다. 선수단도 항상 사력을 다하고, 구단도 합리적 선에서 끊임없이 전력을 강화해야 위상을 지켜낼 수 있다는 의식을 재확인했다. 코로나19로 늦춰진 리그 개막이 이어 곧장 찾아온 여름이적시장에서도 부지런히 뛰는 이유다.
울산은 리버풀의 부단한 노력에 갈채를 보냈다. 2005년 이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호랑이군단’이다. 벌써 황금패치(우승 상징)를 달지 못한 지 15년째다. 리버풀처럼 우승 목전까지 간 것이 전부다. 특히 2013년과 지난해가 뼈아팠다. 모두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7년 전에는 아예 트로피를 포항에 내줬고, 2019년에는 포항에 완패해 잘 차려진 잔칫상을 전북에 빼앗겼다.
절치부심이 울산의 지금을 가장 잘 상징하는 표현이다. 울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극 보강에 나섰다. 이를 전북도 지켜봤고, 자극받았다. 못 뛰는 선수들의 불만이 걱정스러운 상황임에도 울산 김도훈 감독은 수원 삼성 국가대표 풀백 홍철의 영입을 구단에 요청할 정도로 간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리버풀을 보며 우리도 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는 울산 구성원들의 이야기는 더욱 뜨거워질 K리그의 우승 경쟁을 예고한다.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