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원조 에이스’ 고영표, “나 없을 때 잘한 KT? 나와 함께 더 잘할 KT”

입력 2020-10-3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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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영표는 올 11월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다. 2021시즌부터 복귀할 고영표는 자신과 함께 더 높은 위치에 오르는 KT를 그리고 있다. 수원 | 최익래 기자

KT 고영표는 올 11월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다. 2021시즌부터 복귀할 고영표는 자신과 함께 더 높은 위치에 오르는 KT를 그리고 있다. 수원 | 최익래 기자

팀이 만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 ‘소년 가장’ 역할을 도맡았다. 숙원사업이었던 창단 첫 토종 10승을 가장 먼저 달성할 0순위 후보로도 꼽혔다. 스스로도 이 목표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아이러니하게도 팀을 잠시 떠난 사이, 창단 이래 최고의 시기가 찾아왔다. 이제 고영표(29)는 자신과 함께 더 도약할 KT 위즈를 그리고 있다.

통증 제로! 고영표의 허리가 튼튼해졌다

2014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고영표는 KT의 원조 토종 에이스다. 2017년 풀타임 선발투수로 25경기에서 141.2이닝을 책임지며 8승12패1홀드, 평균자책점(ERA) 5.08을 기록했다. 2018년에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으나 6승9패 ERA 5.13에 그쳤고 시즌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위해 떠났다. 당초 상무 야구단 입대도 염두에 뒀지만 허리디스크로 인해 4급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고영표는 소집해제를 한 달 앞둔 10월, 스포츠동아와 만나 모처럼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 가장 궁금한 건 지금 몸 상태다.

“일단 통증이 전혀 없다(웃음). 아파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갔으니 걱정이 많으실 것이다. 2018년엔 디스크가 신경을 눌렀고, 한창 심할 땐 왼발에 감각이 없던 적도 있었다. 발 안쪽에 힘이 아예 안 들어갔었고 1군에서 빠졌다. 이후 쉬면서 허리 통증은 말끔히 사라졌다. 자연히 컨디션이나 신체 밸런스도 좋아졌다.”




- 조만간 팀에 합류할 텐데, 몸은 어떻게 만들고 있나?

“지난해엔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 수준의 운동만 했다. 다만 먹는 걸 조절했다. 예전처럼 먹으면 너무 멀리 가버릴 것 같았다(웃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6시쯤 퇴근하면, 일주일에 5일은 센터에 나가 2~3시간씩 운동했다. 투수에 맞는 회전운동 등 기능성 운동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팀이 짜준 스케줄대로 하는 것보단 떨어질 것이다. 기본만 만들고 팀에 합류할 생각이다. 공은 여름부터 던졌다. 1년 넘게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니까 아마 팔꿈치와 어깨에 통증 한 번은 올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 군 복무로 팀을 떠난 사람들은 모두 야구의 소중함을 느끼고 돌아온다.

“야구의 소중함은 팀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 자체가 달라졌다. 고영표라는 사람은 유니폼을 벗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야구장에만 있으면 그라운드, 라커룸, 구단 버스, 집만 오가는 생활의 연속이다. 복무 기간 동안 그 외의 틈을 많이 봤다. 야구보다는 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지피지기 중에 지기(知己)에 초점을 맞춘 시간이었다. 복귀하면 다시 야구만 보고, 야구에 대한 고민만 하느라 하루를 다 보낼 테니 어찌 보면 다시는 없을 유익한 시간이었다.”


- 정확한 복귀 시점은 언제쯤일까?

“11월 23일 소집해제다. 이후 야구장에 나가 몸을 만들 예정이다. 그간 10개월은 노인복지관, 1년은 아동센터에서 근무했다. 사회에 대해 배웠다. 근무지 직원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확실히 긴 시간이었다. 구단에 인사를 갈 때면 (박)경수 형이나 다른 선배들부터 프런트 직원들까지 ‘넌 직업군인이냐? 입대한지 3년은 된 것 같다’고 했다. 야구를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회복무요원 입대 전 고영표가 박경수와 기쁨을 나누는 모습. 사진제공|KT 위즈

사회복무요원 입대 전 고영표가 박경수와 기쁨을 나누는 모습. 사진제공|KT 위즈


느리지만 신중하고 정확하게, 고영표의 목표
고영표가 머물던 4년간 10~10~10~9위에 그쳤던 KT는 지난해 창단 첫 5할 승률을 기록했고, 올해는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고영표가 그토록 꿈꾸던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 타이틀은 지난해 배제성(10승)이 가져갔고, 올해도 소형준과 배제성이 이 고지를 넘었다.


- 팀을 떠난 사이 KT 성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야구를 정말 많이 봤다. 강팀이 되니 내심 다르게 보이더라(웃음). 같이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사람인지라 없을 순 없다. 마음 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공존했다. 축하하면서도 내가 있을 때 더 잘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했다. (강)백호나 멜 로하스 주니어는 여전히 잘하고, (심)우준이나 (주)권이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소형준이라는 특급신인도 잘해주고 있다. 팀은 물론 개개인에게도 복이다. ‘내년에 내가 합류했을 때 팀이 지금처럼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내가 갔을 때 못하면 원흉으로 꼽히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은 있다(웃음).”


- 선수들이랑은 꾸준히 연락을 했다고.

“2018년 겨울엔 백호네 가족의 베트남 여행에 함께 갔다. 백호가 다쳤을 땐 병문안도 갔다. 제성이랑도 원래부터 친했는데 지금도 야구 얘기만 하면 한두 시간 훌쩍 간다. 또 올해 창단 때부터 함께 고생한 (조)현우나 (문)상철이, (김)민혁이가 잘돼서 그것도 뿌듯하다.”


- KT위즈파크에도 종종 찾은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야구장은 관람하기 정말 좋은 것 같다. 응원 팀이 야구를 잘하면 팬들은 정말 자주 올 것 같다. 포수 뒤에서 볼 땐 팬들이 왜 야구를 보면서 욕하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웃음). 마운드 위, 덕아웃에서 보던 야구와는 확실히 달랐다. 많은 걸 느꼈다.”

사회복무요원 입대 전 고영표의 모습. KT의 원조 토종 에이스로 불리던 시절이다. 사진제공|KT 위즈

사회복무요원 입대 전 고영표의 모습. KT의 원조 토종 에이스로 불리던 시절이다. 사진제공|KT 위즈



- 이강철 감독, 이숭용 단장을 포함한 모두가 “고영표만 오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선수는 팬, 구단, 동료들의 관심을 먹고 산다. 팀을 떠난 동안에도 날 잊지 않아주신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사실 그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너만 오면 된다’고 하는데 야구는 정말 모른다. 누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내년에 내 자리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원점에서 경쟁해야 한다. 일단 길게 보고 천천히 생각할 것이다. 내년 캠프 때 당장 100%로 완성시킨다는 것보단 느리지만 신중하게, 정확히 갈 것이다. 중간에 아프지 않는 게 1차 목표다.”


- 내년 목표는?

“우선 전설적인 잠수함 투수 이강철 감독님과 박승민 투수코치님의 코칭을 받아보고 싶다. 비슷한 유형의 지도자에게 조언을 들을 때 느껴지는 것이 많지 않을까. 기록에 대한 욕심은 아직 낼 단계 아니다. 주위에서는 ‘영표가 자기 것만 해주면 된다’고 하는데, 사실 2017년 한창 좋았을 때의 기대치가 아닐까. 5~6이닝 동안 볼넷 안 주고 퀄리티스타트 하는 모습. 생각만큼 쉽진 않을 것이다. 일단 팀이 지금 순위보다 낮은 곳으로 떨어진다면 용납하기 힘들 것 같다. KT가 지금처럼 강팀으로 남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보탬 되는 게 목표다.”

고영표는 올 겨울 결혼을 앞두고 있다. 몸을 만들면서도 결혼식 준비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자친구는 복무 중에 나를 부양한 것과 다름없다. 평생 갚아도 다 갚기 어려울 것 같다. 좋은 선수가, 좋은 남편이, 좋은 사람이 돼서 조금씩 갚아나갈 생각”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고영표가 좋은 선수로 돌아오는 순간, KT는 그와 함께 더욱 높은 곳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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