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OK금융그룹이 만든 소용돌이의 향방은?

입력 2020-1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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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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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시즌의 열기가 한창 달궈지려던 차에 V리그에 찬물을 끼얹는 뉴스가 나왔다. 리그의 공동체의식, 한국배구연맹(KOVO)의 원칙마저 시험대에 올랐다. 파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걱정스럽다.

지난 주말 OK금융그룹의 2018~2019시즌 고의패배 지시 의혹이 폭로되면서 V리그에 충격을 던졌다. 당시 OK저축은행은 KB손해보험과 5·6위를 다퉜는데, 다음 시즌 외국인선수와 신인지명에서 어드밴티지를 얻기 위해 순위를 떨어트리라는 지시가 구단 최고위층으로부터 내려왔다는 것이다. 진실은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알겠지만, 당시 김세진 감독은 순리대로 했다. 마지막 한국전력, 대한항공과 경기를 각각 세트스코어 3-0, 3-2로 이겼다. 결국 OK저축은행은 KB손해보험을 제치고 5위로 시즌을 마쳤다. 김세진 감독은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두고 팀을 떠났다.

세상에 비밀은 없었다. 누구도 모르고 넘어갈 내용은 올 2월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부조리신고센터로 ‘구단 고위관계자가 고의패배를 지시했다’는 제보가 접수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문체부는 KOVO에 정확한 경위 파악을 주문했다. KOVO는 문체부에서 보내준 자료를 바탕으로 제보의 진위 여부를 살폈다. 8월 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무혐의로 결정했다. 문체부에도 그렇게 보고했다.

KOVO는 이 같은 내용을 숨기고 있다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V리그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중요한 사안인데 왜 쉬쉬하려고 했느냐”며 많은 구단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유출된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고의패배를 지시했을 정황이 아주 높다. 상벌위는 이 문자메시지가 아닌 다른 자료를 근거로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문자메시지가 유출된 과정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내용 자체만 보면 나쁜 의도는 확실해 보인다. 애써 쌓아올린 V리그의 이미지에 상처를 줄 스캔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입을 다문 관계자들 중 누가 또 어디서 어떤 내용의 폭로를 할지 지켜봐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법률적 판단이 아니다. 법보다 앞선 도덕과 상식, 프로스포츠의 존립과 연관된 원칙의 문제다. 이런 추문을 V리그가 아무 일도 아닌 듯 넘기면 미래는 없다.

설상가상으로 남자 구단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다른 사건도 터졌다. V리그 주관방송사인 KBSN스포츠는 파워랭킹이라는 새로운 이벤트를 시작하려고 한다. 선수들의 기량을 객관적 수치로 환산해 매 경기 후 발표하는 것이다. 경기마다 달라지는 선수들의 랭킹에 팬과 팀 관계자, 선수들도 흥미를 가질 만한 이벤트다.

그러나 남자부는 제외된다고 한다. 라이벌인 W금융회사가 후원해 OK금융그룹에서 결사적으로 반대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그런 정황도 여기저기 보인다. OK금융그룹 측은 반대 주장을 한다. 서로 얘기가 달라 구단 사무국장들은 9일 KOVO에서 만나 이 사안과 관련된 정확한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만일 여기서도 OK금융그룹의 관여가 드러난다면 비난 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2년 전 안산 상록수체육관의 바닥에 설치될 뻔한 금융회사의 광고판이 OK저축은행의 결사반대로 사라진 사실을 다른 구단들은 잘 기억하고 있다. 두 가지 사안의 진실은 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소용돌이는 심상치 않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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