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일. 스포츠동아DB
잘 맞은 타구 자체를 찾기 어려웠다. 볼넷 1개를 골랐지만, 삼진을 6개나 당했다. 선구안이 무너진 탓에 공격다운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재일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보냈던 두산 김태형 감독도 “타격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을 정도였고, 13일 PO 4차전서는 아예 8번타순으로 강등됐다. 클린업트리오가 익숙했던 오재일 입장에선 꽤나 자존심이 상할 법한 일이었다. 17일부터 시작하는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KS·7전4승제)까지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두산 입장에서도 상당한 악재다.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는 데이터다. 오재일은 최근 2년간 NC를 상대로 극강의 면모를 자랑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14차례 맞대결서 타율 0.393(56타수 22안타), 6홈런, 19타점을 기록했고, 올해 정규시즌에도 15경기 타율 0.322(59타수 19안타), 2홈런, 9타점으로 활약했다. 이는 모두 양의지가 안방을 지키며 팀 컬러가 확 바뀌었을 때 거둔 성적이다. NC와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PS) 맞대결인 2017년 PO 4경기에서도 15타수 9안타(타율 0.600), 5홈런, 12타점, 출루율 0.700의 괴력을 뽐낸 바 있다. NC가 늘 오재일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NC 이동욱 감독은 16일 KS 미디어데이에서 “우리 팀을 상대로 잘 쳤던 오재일이 경계대상”이라고 밝혔다.
두산은 올해 정규시즌 NC를 상대한 9개 구단 중 가장 높은 타율(0.297)을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만 해도 오재일을 비롯해 박건우(0.392·51타수20안타), 허경민(0.375·48타수18안타), 정수빈(0.356·59타수21안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0.333·69타수23안타), 김재호(0.320·50타수16안타)의 6명이 3할 이상의 고타율을 자랑했다. 이들은 모두 KS에서 정상 가동할 수 있는 자원이다. 오재일이 중심을 잡아주면 그만큼 위력이 배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 감독은 “오재일이 살아나면 다른 타자들까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시리즈 MVP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뽐냈던 지난해 KS처럼, 오재일이 또 한 번 활짝 웃을 수 있을까.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