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T 첫 가을, ‘약속왕’ 염태영 수원시장 감개무량 “계속 신의 지킬 것”

입력 2020-11-18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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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태영 수원시장. 사진제공|염태영 수원시장 SNS

스포츠와 정치는 공생보다는 이용의 느낌이 강하다. 상생이 필요하지만 체육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선거철만 되면 야구장이나 축구장을 찾아 신구장 건립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표심을 호소하지만, 당선 후 표변하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큰 행사 때마다 시구자로 나서는 정치인들을 달가워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다.

염태영 수원시장(60)은 다르다. 10구단 창단 당시 내건 약속을 모두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KT 위즈 팬들도 정치색을 떠나 염 시장의 야구 사랑, 그리고 스포츠에 대한 존중만큼은 인정한다. 염 시장은 9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KT의 플레이오프(PO) 1차전 시타자로 나섰고, 1루 관중석을 채운 KT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비록 KT가 PO에서 두산에 1승3패로 밀려 탈락했지만, 염 시장은 감격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수원이 아닌 중립구장 고척에서 경기가 열렸고, 탈락했지만 너무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열 번째 구단을 수원에 유치하는 등 창단을 위해 노력했지만 첫 3년간 꼴찌에 그치는 등 솔직히 속이 상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 이하 선수단과 이숭용 단장 이하 프런트가 합심해 만든 결과에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염 시장은 KT 팬들 사이에 ‘약속왕’으로 통한다. 염 시장은 유치 단계부터 25년간 야구장을 KT에 무상임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법률적 문제로 5년 단위 계약연장으로 바뀌었지만 KT는 여전히 무상으로 야구장을 활용하고 있으며, 네이밍 라이선스 등 KT위즈파크를 통한 모든 권리를 보유 중이다.

‘인프라 전도사’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그동안 9번째, 10번째 구단 창단 및 대구와 광주 등 신구장 건립을 위해 많은 지자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염 시장처럼 약속을 잘 지키는 이는 없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당파나 정치적 논리를 떠나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박수를 보낸 것이다. 염 시장은 “약속은 KT를 떠나 수원 팬들과 신뢰의 문제다. 두 차례 리모델링을 진행했으며 내년도에도 시 차원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염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KT 유한준(39)이다. 마흔 살에 가까웠음에도 철저한 자기관리로 정상급 기량을 뽐내는 유한준이 야구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도 큰 귀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염 시장은 “성적이 좋지 않을 때부터 참고 기다리며 아낌없는 애정을 쏟아준 KT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한결 같은 수원 팬들이 앞으로도 가을을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T는 올해 막내와 비인기 팀이라는 꼬리표를 한 번에 떼어냈다. 단지 선배 구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넘어, 어떤 팀도 해내지 못한 지자체와 프로스포츠 단체의 상생이라는 길까지 제시하고 있다. KT의 2020년이 여러모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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