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의 목표는 프로 입단이다. 하지만 이에 실패하는 절대다수의 선수들은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김장헌 한국전문야구인육성협동조합 이사장은 초·중·고가 연계된 한국형 풀뿌리 야구로 이러한 실정을 바꾸려고 한다. 사진제공|김장헌
김장헌 한국전문야구인육성협동조합 이사장(58) 역시 이런 학부모 중 한 명이었다. 유명 수학강사로 이름을 떨쳤지만, 아마추어야구를 했던 아들의 꿈까지 이루진 못했다. 김 이사장의 아들은 선린인터넷고~한양대를 거쳐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까지 입단하며 프로의 꿈을 키웠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김 이사장은 좌절하는 아들을 보며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느꼈다.
27일 연락이 닿은 김 이사장은 “아들은 프로를 못 가는 순간 버려졌다. 내 아들 같은 이가 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프로 입단에 실패하거나, 설령 유니폼을 입었어도 부상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면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 이사장은 이런 괴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4년 에이스볼파크라는 야구장을 건립했고, 독립야구단 고양 위너스를 창단했다.
하지만 독립야구단은 한계가 있었다. 당장 외부의 인식은 물론 선수들도 스스로를 한 번 실패한 선수라고 규정하는 분위기였다. 김 이사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 한국전문야구인육성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독립야구단까지 하나의 ‘야구학교’로 연결되는 개념이다.
궁극적 목표는 풀뿌리 야구다. 광탄중, 송암고(2년제 특성화고)를 중·고교 과정에 합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유소년 과정도 있다. 이들은 엘리트 야구선수들처럼 운동에 많은 시간을 쏟되, 학교가 제시하는 학업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김 이사장은 “일반 학생들이 공부로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선 남들보다 몇 배는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 클럽야구 선수들도 비슷했으면 좋겠다. 남들처럼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야구선수로, 사람으로서 성공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쏟는 커리큘럼”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협동조합 총괄 단장으로 양승호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모셔오는 데 성공했다. 양 감독은 파주 챌린저스 감독으로 팀을 안정궤도에 진입시킨 주역이지만, 김 이사장의 큰 뜻에 공감을 표하며 힘을 보태기로 했다. 양 감독은 “좋은 선수, 좋은 학생을 많이 발굴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들로 인해 시작된 발걸음이었지만, 정작 가장 반대한 이가 아들이었다. “야구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부터 냈다. 하지만 아버지가 제시한 청사진에 이제는 아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아들을 변화시킨 것처럼, 한국의 풀뿌리 야구 개념이 달라지길 소망하고 있다. “프로에 못가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은 KBO리그 태동과 함께 던져진 의문이었다. 풀뿌리 야구는 그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