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진.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5월 29일 SK 와이번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이승진(26)을 영입하며 이를 강조했다. 1군 경험을 지닌 스윙맨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좀 더 성장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승진은 그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냈다. 2020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3경기(5선발)에 등판해 2승4패5홀드, 평균자책점(ERA) 5.61을 기록했다. 가을야구에서도 그의 역할은 상당했다.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 각각 2경기에 등판했고, 한국시리즈(KS)서도 5경기에 나서 1세이브1홀드, ERA 2.70(6.2이닝 2자책점)을 기록했다. 중압감이 상당한 KS 무대에서 세이브를 챙겼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인정받을 만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승진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때마다 “미래를 보고 데려온 자원인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즌 내내 고민이 컸던 불펜의 새로운 동력이었기에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9월 이후 계투로 나선 25경기에서 2승2패5홀드, ERA 3.81로 선전했다. 이 기간 두산의 팀 불펜 ERA는 3.71로 10개 구단 중 2위로 2020시즌 불펜 ERA(4.69)와 비교해 1점 가까이 좋았다. 이승진이 본인의 포지션에 확신을 갖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그는 “나는 선발에 대한 욕심은 아예 없다. 중간이 더 맞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본인의 투구 스타일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승진은 시속 150㎞의 빠른 공과 커브, 스플리터의 조합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다. 완성도 높은 여러 구종보다는 확실한 직구와 그를 뒷받침할 위닝샷으로 짧은 이닝을 책임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선발투수는 변화구 제구가 좋아야 한다. 효율적으로 맞혀 잡는 스타일에 최적화해야 투구수도 줄일 수 있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며 “물론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좋아질 수 있겠지만, 지금 내가 (한국 나이로) 27살이다. 곧 서른이 된다. 언제 새로운 스타일을 정립할지도 모른다. 그럴 바에는 가장 자신 있는 곳을 향해 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중간계투의 꽃은 마무리투수 아닌가. 궁극적으로는 두산의 마무리투수가 되는 것이 목표고 가장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달라진 입지만큼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른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도 본인의 몫이다. 이승진은 “사실 2020년에도 시즌 기록은 썩 좋진 않았다”며 “잠깐의 임팩트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