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택진이 형’이 보인 선례, ‘용진이 형’ 버전의 집행검은?

입력 2021-01-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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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53)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54). 한 살 차이 또래인 이들은 국내외 언론에서 한국경제를 이끌 차세대 CEO를 꼽을 때 언제나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동시에 2020년과 2021년 한국스포츠에서 가장 뜨거운 재계인사가 됐다. 지난해 김택진 대표가 뽑아든 ‘집행검’에 정용진 부회장이 어떤 카드를 내세울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신세계그룹과 SK텔레콤(SKT)은 26일 SK 와이번스 인수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와이번스 지분 100%를 보유한 SKT가 1352억8000만 원에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야구단을 넘기는 내용이다. 정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선에서 교감이 오간 뒤 실무선이 마무리한 ‘톱다운’ 방식으로 야구계 모두가 놀랄 만큼 비밀리에, 또 갑작스레 진행된 결정이다.

인수를 진두지휘한 정 부회장이 수년 전부터 야구판에 뛰어들길 희망했으니 자연히 결과물에도 관심이 높다. 정 부회장은 스타벅스코리아를 시작으로 노브랜드, 스타필드 등 혁신을 도입했고 적극적인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이를 ‘셀프-세일즈’했다. 대중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평가다. 야구단에서 대중은 ‘야구팬’이다. 이미 정 부회장 SNS에는 야구팬들의 애정 어린 댓글이 가득하다. 팬 친화적 구단 운영이 기대되는 이유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인천야구장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테마파크’로 변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물론 스타필드의 ‘스포츠몬스터’ 등 신세계그룹의 대표 시설이 입점할 가능성도 있다. “고객의 돈이 아닌 시간을 갖는다”는 정 부회장의 철학이 담긴다면, 야구팬들은 인천야구장을 찾아 전국의 소문난 맛집의 음식을 먹고,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MOU 발표와 함께 약속한 돔구장 건립은 변화의 신호탄에 불과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 우승 당시 헹가래를 받는 김택진 구단주. 스포츠동아DB



프로스포츠 구단주는 재벌이다. 자연히 구단주의 이미지와 재벌을 향한 인식은 닮아있다. 노회한 기업가가 스포츠 현장을 찾고 구단은 ‘보여주기식’ 의전을 하는 풍경이 더 익숙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을 비롯한 젊은 CEO의 등장으로 기업총수의 이미지가 달라지면서 스포츠구단주를 향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총수 입장에서도 야구단을 보유한 게 자신의 보석함 속 하나의 자랑거리였으나, 이제는 모기업 혁신의 매개체로 여기고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례는 멀리 있지 않다. 지난해까지의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가 좋은 예다. 지난해 NC의 키워드는 ‘택진이 형’이었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을 보기 위해 광주, 대전, 창원을 연이어 방문했고 한국시리즈(KS)에도 개근했다. NC 선수들은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를 두고 ‘TJ 형님’이라고 칭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직접 소통하는 구단주는 NC 선수들의 자랑이자, 타 구단의 부러움 대상이었다. 정 부회장과 신세계그룹에 김 대표와 NC는 좋은 선례다.

아무리 좋은 철학을 가진 야구단이라고 해도 결국 성적이 나지 않으면 팬들의 관심을 받기 어렵다. 김 대표가 지난해 야구계를 달군 이유는 결국 NC가 창단 첫 정규시즌-KS 통합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선수단의 요청을 직접 듣고 125억 원을 투자해 양의지를 영입했듯, 정 부장도 올 시즌 후 스토브리그에서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NC-두산 베어스의 KS 키워드 중 하나는 ‘집행검’이었다.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NC는 KS 우승 세리머니로 집행검을 뽑아들었다. 모기업 엔씨소프트의 주력 게임 ‘리니지’를 상징하는 아이템이다. 신세계그룹과 정 부회장 버전의 집행검은 어떤 모습으로 야구팬들을 기쁘게 만들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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