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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빈익빈. 폐장이 임박한 2021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특징이다. 등급제와 에이전트 제도의 시행이 자리 잡으며 장기계약으로 수십억 원을 받은 사례도 있는 반면 찬바람을 피하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시선은 ‘해준 게 얼마인데’에서 ‘해줄 게 얼마인데’로 달라졌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권리를 행사한 투수는 총 6명이다. 양현종은 자신의 꿈을 위해 ‘꽃길’을 포기하고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했다. 불펜투수 김상수는 키움 히어로즈와 2+1년 15억5000만 원에 계약한 뒤 SK 와이번스로 사인 앤드 트레이드됐다. 미계약자 이용찬을 제외한 다른 세 명은 원 소속팀과 계약했지만 찬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차우찬(LG 트윈스)은 2년 총액 20억 원에 계약했지만 인센티브가 14억 원이다. 유희관(두산 베어스)도 1년 최대 10억 원, 우규민(삼성 라이온즈) 역시 1+1년 최대 10억 원에 계약했다. 세 명의 계약은 나란히 계약금 없이 인센티브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커리어만 놓고 보면 의아함이 남을 수밖에 없다. 2017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95억 원에 계약한 차우찬은 계약기간 4년간 99경기에서 40승30패, 평균자책점(ERA0 4.62를 기록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13경기, 64이닝을 소화한 게 포함된 기록이니 첫 3년은 건실했다. 그럼에도 확실한 보장액을 받지 못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우리가 아는 차우찬의 모습이라면 인센티브를 충분히 따낼 수 있다”고 밝혔지만, 차우찬은 “상위 5명 정도만 따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년 내내 건재함을 과시해야지만 연간 10억 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유희관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2013년부터 큰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8년 연속 10승의 진기록을 세웠다. 베어스 역사상 최초이자 KBO리그 역대 네 번째 진기록이다. 그러나 갈수록 높아지는 ERA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우규민도 2019년 54경기 ERA 2.75의 성적보다는 2020년 52경기 ERA 6.19의 영향이 더 크게 미쳤다.
선수들에게 FA 계약은 확실한 동기부여이자 꿈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과거 기여도를 바탕으로 후하게 대접하는 경우가 흔했다. 미래 가치보다 과거를 높게 산 탓에 ‘FA 먹튀’ 사례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제 구단들의 시선은 확실히 달라졌다. 해준 것보다 해줄 것이 더 크게 작용한다. 차우찬, 유희관, 우규민의 경우 옵션을 모두 따낸다면 섭섭지 않은 연봉을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마냥 쉬운 목표는 아니다. 올해 FA 시장은 활약이 보장되지 않은 이들에게 구단의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줬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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