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리포트] ‘KBO 루키’ SSG, ‘SSG 루키’ 고명준의 성공체험을 보라

입력 2021-03-10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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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6회초 2사 2루에서 SSG 고명준이 안타를 날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SSG 랜더스의 신인 고명준(19)은 입단 첫해부터 큰 변화를 경험했다.

세광고를 졸업하고 2021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8순위)에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았다. 팀 신인들 중 유일하게 제주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키 185㎝-몸무게 95㎏의 당당한 체격조건과 부드러운 스윙을 앞세워 차세대 거포로 성장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입단 첫해 1군 캠프 합류는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다. 고명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강도 높은 훈련을 빠짐없이 소화하며 캠프를 완주했다. 자연스럽게 기대치는 더욱 올라갔다.

그 사이 SK는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인수됐다.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 첫 캠프를 마쳤는데, 타 구단과 맞붙은 첫 경기에서 입은 유니폼에는 SSG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힘찬 첫발을 뗀 SSG에서 프로에 첫발을 내디딘 고명준 입장에선 그만큼 특별한 감정을 느꼈을 터.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는 그래서 중요했다. 게다가 “젊은 선수들이 실전을 경험하며 성장하길 바란다”는 김원형 SSG 감독은 그를 6번타자 겸 3루수로 기용하며 힘을 실어줬다.

SSG 체제에서 치른 첫 연습경기에 선발출장한 유일한 신인이었다. 의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신인 선수들이 그토록 꿈꿔왔던 1군에 올라오면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힘이 들어간다. 어쩔 수 없다. 능력을 모두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고명준은 놀랄 만큼 침착했다. “신인답지 않다”는 김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2회 2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롯데 선발 이승헌을 상대로 기록한 우전안타는 SSG 시대의 첫 안타였다. 신인이 새로운 시대의 첫 안타를 쳐낸 점은 분명 의미가 컸다. 이에 그치지 않고, 4회 무사 1루서도 서준원의 시속 146㎞ 직구를 밀어 쳐 우전안타를 뽑았다. SSG의 첫 멀티히트 주인공이 됐다. 남은 타석에서도 안타행진은 계속됐다. 4타수 4안타.

특히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가볍게 공을 맞혀낸 첫 두 타석의 안타는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그뿐 아니라 9이닝을 모두 소화하며 보여준 3루 수비도 준수했다. 전광판에 새겨진 그의 이름 옆에는 OPS(장타율+출루율) 2.00의 숫자가 찍혔다.

5-10으로 패한 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고명준이 동료들로부터 박수를 받게 했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서 큰 박수가 나왔고, 고명준은 모자를 벗어 들고 인사했다. 인상적 장면이었다.

데뷔 초기의 성공체험은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자산이다. 고명준은 프로에서 타 팀을 상대한 첫날부터 그 경험을 했다. 본인은 물론 SSG의 미래까지 밝혔다는 점이 큰 수확이다. “연습경기에 젊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하겠다”는 김 감독의 메시지를 고려하면, 당분간 꾸준히 고명준을 주목해야 할 듯하다.

사직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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