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요코하마 10년만의 ‘참사’…한·일전 대패 후유증이 두렵다

입력 2021-03-26 06: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축구국가대표팀 벤투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통산 80번째 한·일전은 치욕의 역사로 기록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25일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원정 평가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특히 전반에만 2골을 허용한 것은 1997년 11월 잠실에서 벌어진 19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홈경기(0-2 패) 이후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양국의 마지막 친선경기인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1년 8월 10일 삿포로에서 열린 맞대결에서도 한국은 0-3 참패를 당했다. 이날 요코하마에서 당한 완패는 무기력한 내용이나 결과로나 모두 ‘삿포로 참사’ 이상의 충격으로 남게 됐다.

크게 환영받지 못한 경기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무리한 원정 A매치가 추진됐다는 부정적 여론이 강했고, 대표팀 차출 과정은 어수선했다. 햄스트링을 다친 캡틴 손흥민(토트넘)뿐 아니라 황희찬(라이프치히) 등 유럽파 상당수도 현지의 방역지침에 따라 합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일전은 특별한 경기다. 가위바위보조차 져선 안 된다는 승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벤투 감독 역시 “특수한 상황이다. 과거와 다른 라이벌전이 됐으나 한·일전 의미를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전혀 한·일전에 대비한 모습이 아니었다. K리그 특정팀에서 선수들을 무더기로 차출했고, 이 과정에서 클럽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사실까지 드러났다. 심지어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가 차출되고, 선발로 출전했다. 벤투 감독은 “현 시점에서 경기력이 가장 좋은 선수를 뽑는다”고 누차 강조해왔는데, 거짓이었다.

한·일전 완패의 후폭풍도 걱정스럽다. 축구대표팀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로 불린다. 화려한 영광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최근 20여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삿포로 참사’ 당시 대표팀을 이끈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대표이사)은 레바논과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2 패배로 경질됐으나, 그에 앞선 한·일전 악몽의 여파가 추락의 시발점이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을 제외하면 외국인 감독이 장수한 사례도 드물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포르투갈)은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몰디브 원정(0-0 무) 여파로 경질됐고,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최종예선에서의 졸전으로 물러났다. 독일월드컵 본선에 나선 딕 아드보카트 감독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핌 베어벡 감독(이상 네덜란드)은 2007아시안컵을 끝으로 떠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독일) 또한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당장 올 6월 국내에서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잔여 4경기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사태는 없어야겠지만, 이번 한·일전처럼 허술하게 준비하고 대처하면 어떤 악몽이 닥칠지 모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