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꽃피운 왼발 스페셜리스트 이기제

입력 2021-05-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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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이기제.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수원 삼성에는 왼발을 잘 쓰는 스페셜리스트 계보가 있다. 원조는 고종수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차원이 다른 왼발 기술로 K리그를 주름잡았다. 베테랑 염기훈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왼발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탁월하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김민우 또한 왼발이 장기다. 독일 무대로 이적한 권창훈(프라이부르크)이나 홍철(울산 현대)도 수원을 거쳐 간 대표적인 왼발잡이다.

이번 시즌 또 한명의 대표급 왼발잡이가 탄생했다. 수비수 이기제(30)다. 절묘한 크로스나 강력한 슈팅을 만들어내는 그의 왼발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올 시즌 수원의 최고 히트상품은 ‘매탄소년단’이다. 매탄고 출신의 정상빈(19), 강현묵(20), 김태환(21) 등 신예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물론 이들의 활약을 뒷받침하는 베테랑들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심에 이기제가 있다.

왼쪽 윙백인 이기제는 올 시즌 수원의 14경기 모두를 뛰었다. 그것도 풀타임이다.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 가담도 적극적이다. 또 프리킥이나 코너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이번 시즌 그의 기록은 3골·2도움이다. 지난 4시즌 동안 K리그에서 올린 득점이 2골이었는데, 이번 시즌 14경기 만에 그 기록을 넘어섰다.

이기제는 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2-0으로 앞선 후반 6분 강력한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12라운드 성남FC전에서는 기가 막힌 왼발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원정으로 치른 14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는 골키퍼 송범근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한 각도의 왼발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며 수원이 2017년 11월 19일 이후 3년 6개월 만에 전북전 승리(3-1)를 챙겼는데 앞장섰다.

그는 10라운드 울산전과 13라운드 포항전에서는 도움을 올렸다. 기록상 2도움이지만 그가 올린 수많은 정교한 크로스를 제대로 골로 연결시켰다면 수치는 훨씬 컸을 것이다.

올 시즌 최고의 왼발로 각광 받는 이기제는 뒤늦게 꽃을 피운 케이스다. 동국대 재학 중이던 2012년 일본 J리그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그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제츠(호주)~울산 현대를 거쳐 2018년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왼쪽 자원인 김민우가 입대하자 대체선수로 영입됐다. 시즌 종료 후 국군체육부대(상무)가 아닌 김포시민축구단(K3리그)에서 군복무를 마쳤고, 지난해 9월 복귀 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펄펄 날았다. 대개 군 제대 후엔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그는 달랐다. 그리고 올 시즌엔 초반부터 대체 불가의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원 관계자는 이기제에 대해 “차분한 성격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스타일”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요즘 갑자기 대표팀 관련 얘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의 왼쪽 풀백 자원으로 승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수원 박건하 감독은 이기제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낸다. 그는 “올 시즌 축구에 대한 집중력, 자기관리가 좋아졌다. 본인도 노력을 하면서 잠재력이 나온 것 같다. 또 스스로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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