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전80기’ 이경훈, 인고의 세월 딛고 PGA 투어 정상에 서다

입력 2021-05-17 1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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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고의 세월이었다. 한국과 일본 무대를 정복했던 그는 더 큰 무대 도전에 나섰고, 2부 투어를 포함해 5년 반에 이르는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최고 무대에서도 정상에 섰다. 만삭의 아내와 함께 한 우승이라 의미는 더욱 컸다.

이경훈(30)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 달러·91억5000만 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7일(한국시간)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2·3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선두 샘 번스(미국)에 1타 뒤진 2위로 4라운드를 맞았던 이경훈은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로 번스(미국·22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리고 PGA 정규 투어 첫 우승을 달성했다. 상금 145만8000달러(16억4000만 원)를 손에 넣었고, 세계랭킹은 137위에서 59위로 껑충 올랐다.

최경주(51), 양용은(49), 배상문(35), 노승열(30), 김시우(26), 강성훈(34), 임성재(22)에 이어 한국 국적 선수로는 통산 8번째로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하면서 2년간 투어 시드와 다음주 열리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을 비롯한 4대 메이저대회 출전권을 보너스로 획득했다.

악천후를 딛고 일어서다

함께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번스가 1번(파4)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손쉽게 공동선두가 된 이경훈은 2번~3번(이상 파4)~4번(파3) 홀에서 3연속 버디 행진을 벌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6번과 8번(이상 파4) 홀에서도 각각 1타씩 줄이며 2위권 선수들과 간격을 벌린 뒤 9번(파5) 홀에서 티샷 실수로 1타를 잃었지만 12번(파5) 홀에서 재차 한 타를 줄여 3타 차 리드를 지켰다. 첫 우승을 향해 순항하던 이경훈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16번(파4) 홀. 4.5m 파 퍼트를 앞둔 상황에서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는 변수가 발생했다.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 상황. 약 2시간 30분 후 경기가 재개된 뒤 파 퍼트가 짧아 곧바로 보기로 1타를 잃었고, 2위권 선수들과는 격차가 2타로 줄었다. 하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17번(파3) 홀에서 티샷을 홀컵에 붙여 버디를 잡은 뒤 18번(파5) 홀에서 다시 1타를 줄이며 3타 차 여유 있는 우승을 완성했다. 그린 주변에서 이경훈의 챔피언 퍼트를 기다리던 아내 유주연 씨와 대선배 최경주, ‘디펜딩 챔피언’ 강성훈이 새로운 왕좌에 등극한 이경훈을 뜨겁게 맞이했다.

인고의 세월을 참고 견뎌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경훈은 2015년과 2016년 제58회, 59회 한국오픈에서 잇달아 패권을 차지했다.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이에 앞서 2012년 나가시마 시게오 인비테이셔널에서 프로 첫 승을 거두는 등 일본 투어에서도 통산 2승을 챙겼다.

한국과 일본에서 남다른 성공을 거뒀지만 그는 만족하지 않았다. 2015년 말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 Q스쿨에 도전하며 PGA 정규 투어를 노렸다. 웹닷컴투어 Q스쿨을 통과하고 의욕적으로 나선 2016년 2부투어 18개 대회에선 톱10에 고작 한번 이름을 올리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정규투어는 그의 입성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고, 2년의 시간을 더 보낸 그는 2018~2019시즌 마침내 PGA 투어에 데뷔했다. 후배인 임성재가 신인왕을 차지한 바로 그 시즌, 그는 묵묵히 후배의 수상을 축하하며 자신의 때를 기다렸고 지난 2월 피닉스 오픈에서 공동 2위로 PGA 진출 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5월 17일, 마침내 꿈에 그리던 PGA 투어 첫 정상을 밟았다. 정규투어 80번째 도전 만에 거둔 값진 열매였다. 이경훈은 “오래 기다린 우승이라 더 기쁘고 믿기 어렵다”면서 “아내와 우승 순간을 함께 해 기쁘다. 출산까지 2달 정도 남았는데 빨리 아가와 만나고 싶다. (내겐) 너무나 완벽한 우승”이라고 말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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