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대표팀 곽윤기(왼쪽)가 2일 베이징 캐피털실내빙상장에서 진행된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여자선수들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베이징|강산 기자

쇼트트랙대표팀 곽윤기(왼쪽)가 2일 베이징 캐피털실내빙상장에서 진행된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여자선수들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베이징|강산 기자


곽윤기(33·고양시청)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대표팀의 최고참이다. 2010년 밴쿠버대회와 2018년 평창대회에 나섰던 그는 베이징대회를 선수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쇼트트랙은 베이징대회에 앞서 많은 고초를 겪었다. 감독 없이 전담코치 체제로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도 우려의 시선이 뒤따른다. 그러다 보니 산전수전 다 겪은 곽윤기의 관록은 더 주목받고 있다.

본인도 현 상황을 잘 깨닫고 있다. 2일 베이징 캐피털실내빙상장에서 진행된 공식훈련을 마친 뒤 남녀대표선수들을 불러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강요(?)한 것도 분위기를 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렇듯 곽윤기는 늘 후배 선수들이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다. 메달 색깔에 집착하기보다 매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경험자의 뼈 있는 조언은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자산이다. 그는 2일 훈련 후 “내가 올림픽을 한 번이라도 더 와본 입장”이라며 “사소하지만 훈련이 끝나고 사진을 찍으며 뒤를 돌아보는 등 억지로라도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추억을 챙겨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훈련은 내가 터치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한다”며 후배들의 기를 살려주기도 했다.

곽윤기는 베이징 입성에 앞서 머리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빨간색 머리로 화제가 됐던, 첫 올림픽 무대였던 밴쿠버대회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4일 개회식 기수로 나서면 머리색이 유독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털모자를 써야 하나 고민”이라는 그는 “머리가 양날의 검이 될 것 같다. ‘요즘 체육계가 변했다’고 보는 시선도 있겠지만, ‘제 정신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있는 편이라 지금도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결국 곽윤기는 대한체육회 훈련부에도 자문을 구했다. 어떤 답변을 받았는지 묻자 “내 생각대로 ‘두 가지 시선일 테니 알아서 결정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개회식을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