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판정 논란은 이번 대회의 최대 키워드였다. ‘동계중국체전’이란 오명을 쓴 이유다. 쇼트트랙 종목 첫날인 5일 2000m 혼성계주 준결선에서 중국 선수들이 배턴터치 없이 레이스를 이어갔음에도 실격 판정이 내려지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혜택을 등에 업은 중국은 쇼트트랙 첫 금메달을 선물 받았다.
7일 남자 1000m에선 한국 황대헌(강원도청)과 이준서(한국체대)의 실격 판정으로 중국 선수가 결선에 진출하면서 한국 내 반중정서는 더욱 들끓었다. 이 종목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한 샤올린 산도르 리우(헝가리)의 실격으로 런쯔웨이(중국)가 금메달을 따는 바람에 헝가리 선수단도 판정 항의에 동참했다. 게다가 같은 날 스키점프 혼성단체전에서 4개국 5명의 선수가 ‘복장 규정 위반’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사례까지 조명되면서 편파판정 논란은 증폭됐다. 여기서도 중국 선수의 실격은 없었다. 한국 선수단이 이튿날(8일) 긴급기자회견까지 열고 성토했을 정도로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로랑 뒤브뢰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중국은 이 같은 논란에 “우리는 잘못이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중재에 나서야 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마저 중국과 뜻을 같이 하면서 분노를 부채질했다.
판정에 대한 불신은 스피드스케이팅으로까지 이어졌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온전히 선수의 주행능력만으로 순위를 가리는 ‘청정지역’으로 통한다. 본인의 기량과 컨디션에 따라 기록이 나오기에 ‘깨끗한 종목’이라는 선수들의 자부심도 상당하다.
베이징에선 달랐다. 차민규(의정부시청)가 은메달을 목에 건 12일 남자 500m의 15조 레이스가 그랬다. 나란히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로랑 뒤브뢰유(캐나다)와 신하마 타츠야(일본)는 첫 번째 스타트에서 부정출발이 선언되는 바람에 페이스가 무너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금메달리스트 가오팅위(중국)의 순위를 지켜주기 위한 계략이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당시 현장에서 만난 일본 취재진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런 식으로 순위를 바꿀 수 있구나”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1000분의 1초 차이와 미세한 움직임까지 가려내는 종목에서도 판정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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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논란은 4년간 피와 땀을 흘리며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을 눈물짓게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판정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대회 후반부로 갈수록 빈도는 줄었지만, 의구심을 가질 만한 판정들은 끊이질 않았다. “한 번의 오심은 실수지만, 2번째부턴 고의다.” 최용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국제심판의 말이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올림픽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남긴 교훈이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