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박세웅(왼쪽)-KT 박세진 형제는 새 시즌 동반 비상을 위해 겨우내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구시카와구장에서 연습경기를 앞두고 만난 형제. 사진제공|KT 위즈
스포츠계에서 형제는 주목받기 마련이다. 한 팀에 소속되지 않는 한, 매번 서로를 넘어서야만 하는 관계여서다. 더욱이 프로 무대는 냉혹하다. 비교대상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견뎌야만 하는 시선도 더 많고,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것마저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새 시즌 동반 비상을 꿈꾸며 서로 격려하고 함께 땀을 흘리는 형제가 있다. 박세웅(30·롯데 자이언츠)-박세진(28·KT 위즈) 형제다.
●땀
형제에게는 지난달 좋은 기회가 하나 생겼다. 미국 시애틀의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에서 현지 전문가를 지난달 2일부터 6일까지 서울에 보내 맞춤형 트레이닝 방법론을 전했다. 일명 ‘드라이브라인식 훈련’은 생체역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타 기술 개선과 컨디셔닝 등을 돕는 방법인데, 메이저리그(MLB)는 물론 최근 아시아 야구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은 이 프로그램을 함께 수강했다. 박세웅은 “새로운 운동을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겼다”며 “내가 갖고 있는 능력들을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박세진은 “원래 그곳에서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형과 미국에 가려고 했다”며 “내게 맞는 훈련법과 자세를 확실하게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열정은 배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후 둘은 모교인 대구 경운중에서 개인훈련과 재능기부를 함께하고 있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둘에게는 매우 뜻깊다. 모교 후배들에게 원포인트레슨으로 온기를 더하는 것은 물론 훈련을 통해 새 시즌 한층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동시에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세진은 “형과 캐치볼 과정에서부터 느끼는 게 많다. 형은 캐치볼 도중 휴식시간을 짧게 두는 나와는 루틴이 다르다. 내 준비 과정이 미흡하다곤 생각했는데, 드라이브라인 프로그램에서 배운 훈련법을 정립하니 형에게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던지게 됐다”고 밝혔다. 박세웅은 “그동안 받아봤던 공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점점 더 좋아질 것 같다”고 격려했다.

경북고 시절 박세웅(왼쪽)과 박세진 형제. 스포츠동아DB
●비상
형제는 동반 비상을 꿈꾼다. 각자 이유가 분명하다. 박세웅은 지난해 30경기에서 개인 한 시즌 최다 173.1이닝을 소화했지만, 새 시즌에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포스트시즌(PS) 진출에 다시 도전하는 롯데 역시 에이스 박세웅이 제 역할을 해주는 게 좋다. 박세웅은 “지난 시즌 아쉬웠던 성적들을 다시 좋게 끌어올려 팀도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세진은 좌완 불펜을 찾는 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이강철) 감독님에게서 배운 것을 갖고 드라이브라인식 훈련법을 더하니 내게 좋은 변화가 일어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차지명으로 입단해 많은 분께 기대를 받았지만,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진 못했다”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절실하게, 집중력을 갖고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