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1부) 울산 현대가 오랜 우승 갈증을 드디어 씻어냈다. 추가시간까지 94분간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하던 홍명보 울산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야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마치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얼굴이었다. 짜릿한 역전승으로 우승을 확정한 선수들이 피치를 넘어 1200여명의 원정 팬들을 향해 달려 나갈 때 홍 감독은 코칭스태프를 일일이 안아주며 기쁨을 나눴다.

울산은 16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강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2’ 3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리그 정상에 올랐다. 거듭된 준우승 트라우마를 딛고 거머쥔 통산 3번째 우승 트로피이기에 훨씬 값졌다.
프로 신인이던 1992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경험한 홍 감독은 정확히 30년이 흐른 뒤 지도자로도 우승하는 감격을 누렸다. K리그에서 선수·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이는 조광래(대구FC 대표이사)~최용수(강원 감독)~김상식(전북 현대 감독)에 이어 4번째다.

물병을 들고 인터뷰 룸까지 난입한 울산 선수들에게 물벼락을 맞은 홍 감독은 “정말 기분 좋다. (동점·역전을 일군) 경기 막바지 20분이 우리의 힘을 증명했다. 시즌 내내 선두를 지켰기에 더 대단했다. 반복된 실수를 싫어하는데, 올해도 같은 실수(준우승)가 나왔다면 정말 힘들 것이라 봤다”며 감격해했다.
2002한·일월드컵 4강과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10년 주기 드라마’를 완성한 홍 감독은 “2032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벌써 고민스럽다”는 농담을 남긴 뒤 “특히 징크스를 넘는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은 훨씬 큰 노력이 필요한 법”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주장 이청용은 “징크스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다. 그렇게 따라주지 않던 운마저 올해 우리가 실력으로 얻었다. 전북을 35라운드 홈경기에서 따돌리며 우승을 확신했다”고 말했고, 울산 이적 첫 시즌에 우승을 경험한 엄원상도 “선수로, 인간으로서 크게 성장한 시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춘천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