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이재현.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 이재현(20)은 서울고 시절부터 유격수 DNA를 타고난 선수로 평가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뒤 대부분 유격수로만 뛰었고, 고교 시절 전국대회에선 짧은 타구 처리와 다이빙캐치 등으로 프로선수들 못지않다는 찬사를 들었다.
고교 시절의 평가가 프로에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특히 내야에서 가장 넓은 범위를 책임져야 하는 유격수는 타자의 타구속도는 물론 성향까지 파악해야 하기에 고교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재현도 초기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입단 첫해인 지난해 유격수로 팀 내 가장 많은 380.1이닝을 소화한 기록만으로도 그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11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후반기 22경기에선 2개에 불과했다. 타석에선 7홈런(타율 0.235·23타점)을 터트리며 장타력을 뽐냈다. 공수겸장의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삼성의 간판 구자욱도 이재현을 두고 “고교 무대를 마치고 바로 1군에서 뛰는데도 부담이 없다. 스무 살 때의 나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극찬했다.
지난 시즌 후 베테랑 내야수 김상수(KT 위즈)와 오선진(한화 이글스)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이적했다. 유격수로 팀 내 3번째로 많은 245.1이닝을 뛴 이해승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현재 김지찬은 2루수, 강한울은 3루수가 주 포지션이다. ‘전문 유격수’인 이재현에게 분명 유리한 상황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박진만 감독을 롤 모델로 삼았던 이재현으로선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재현의 끊임없는 노력도 희망적 요소다. 입단 후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힘을 키웠고, 팀당 144경기 체제의 장기 레이스를 치르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멘탈까지 장착했다. 이재현은 “고교 시절과는 달리 매일 경기를 하다 보니 하루의 결과에 기분을 맞추지 않고 빨리 잊어버리는 법을 배웠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해야 하는지를 많이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재현이 유격수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삼성의 고민도 크게 줄어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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