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김상식 감독(가운데 위)이 26일 안양 DB전을 마친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정규리그 개막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안양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안양 KGC는 26일 안양체육관에서 원주 DB를 상대로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6라운드 홈경기를 치르기에 앞서 남아있던 매직넘버 1을 지웠다. 안양 경기에 앞서 펼쳐진 창원 경기에서 1경기차 2위였던 창원 LG가 서울 SK에 69-74로 덜미를 잡히면서 KGC의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됐다. 개막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KGC는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선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당시 김상식 KGC 감독은 “식스맨과 주전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수원 KT의 우승을 점쳤다. 타 구단 감독들도 KT와 DB, SK,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언급했을 뿐 KGC를 주목하지 않았다. 김승기 감독과 리그 최고의 슈터 전성현이 고양 캐롯으로 떠난 까닭에 오히려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상식 감독으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승기 감독이 지휘하던 2015~2016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3차례 챔피언결정전, 5차례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로 강호의 이미지를 굳힌 팀이기 때문이었다. 전력약화 요인과 별개로 눈높이가 크게 올라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정식 사령탑 경력은 2008~2009시즌 대구 오리온스, 2018~2021년 국가대표팀이 전부였던 터라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지도자 경력을 쌓은 김상식 감독의 내공은 상당했다. 오랫동안 연구한 모션오펜스를 성공적으로 이식시켰고, 배병준 등 식스맨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전성현의 공백을 메웠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했다. 경기 전 브리핑에서 강조했던 전술적 측면은 대부분 실전에 투영됐다. 패하더라도 와르르 무너지는 경기는 나오지 않았다.
26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와 원주 DB의 경기 중 KGC 양희종이 은퇴식에서 김상식 감독에게 안기고 있다. 안양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그 과정에서 선수들과 관계도 끈끈해졌다. 본인의 실수가 패배로 직결되면 유독 괴로워한 아시아쿼터 렌즈 아반도(필리핀)에게도 두려움 없는 농구를 주문하며 기를 살려줬다. 오마리 스펠맨, 데릴 먼로 등 외국인선수들도 김상식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따랐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좋은 기록을 올렸을 때는 그 내용을 칭찬하면서도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최승태, 조성민 코치도 감독의 지도방식에 맞춰 선수들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물론 그 속에서도 선수들 스스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 KGC의 시선은 통산 2번째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으로 향한다. 김상식 감독도 정규리그 우승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안양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