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선수들이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챔프 3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꺾고 3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성공한 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위)을 헹가래치며 기뻐하고 있다. 외국인·국내선수들의 조화에 중점을 둔 틸리카이넨 감독의 지도철학은 구단 역사상 첫 트레블로 이어졌다. 천안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또 한번 외국인 감독에게 우승 트로피가 돌아갔다.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정상에 오른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36·핀란드)은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V리그를 평정했다. 또 올 시즌 KOVO컵을 비롯해 정규리그 1위와 챔프전까지 ‘트레블(3관왕)’도 이뤘다. 챔프전 상대였던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국내 감독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다”며 강력한 도전장을 냈지만, 대한항공의 벽은 높기만 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우승을 자신하는 3가지 이유’를 들려줬다. “선수들이 매우 강한 내적 동기부여를 가지고 있고, 모두가 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한 개의 볼이라도 더 따내려고 연구한다”며 기량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잘 준비됐다고 자랑했다. 그의 평가대로 대한항공 선수들은 우승할 자격이 충분했다.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쳤다.
이처럼 틸리카이넨 감독은 늘 ‘팀’을 최우선 순위에 뒀다. 외국인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다른 팀들과 달리 대한항공은 외국인과 국내선수의 조화에 방점을 찍었다. 국내 최고 세터 2명을 고르게 활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들블로커(센터) 김민재,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정한용 등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 것도 팀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다. 수훈선수를 묻는 질문에 항상 “이겨도 함께 이기는 것이고, 져도 함께 지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잘하는 팀들은 선수가 팀의 퍼즐조각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며 조화를 특히 강조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시즌 내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질적 성장’을 입에 달고 살았다. 기존 방식을 따르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한 단계 높은 차원을 지향했다. 또 선수들이 준비과정, 훈련, 경기 등 모든 단계에서 매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강력하게 주문했다. 약간은 추상적이었지만, 그런 지도방식이 결국은 성공했다.
대한한공은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58·이탈리아) 체제의 2020~2021시즌부터 지난 시즌과 올 시즌 틸리카이넨 감독 체제까지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모두 이방인 사령탑의 힘을 빌렸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다음 시즌에도 지휘봉을 잡을지 주목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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