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 오태곤. 스포츠동아DB
“야구가 ‘멘탈 스포츠’가 맞나봐요.”
SSG 랜더스 오태곤(32)은 프로 데뷔 이후 늘 치열하게 경쟁했다. 언제 어느 포지션에 투입될지 모르니 가방 안에는 늘 글러브와 미트를 모두 넣고 다녔다. 2010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그는 KT 위즈, SSG에서 투·포수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포지션을 모두 소화했다. 그러면서 ‘내공’이 쌓였다. 그는 “시즌은 길다. 144경기 중 ‘오늘’만 기회는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고 말하곤 했다. 10년 넘는 지난 세월 동안 마음에 여유를 갖는 법을 깨우친 것이다.
지난해 11월 SSG와 맺은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은 마음의 짐을 좀더 더는 계기가 됐다. SSG는 그에게 4년 최대 18억 원(계약금 6억+연봉 총액 10억+옵션 2억 원)을 안겼다. 오태곤은 올 시즌 3할을 웃도는 타율(0.350)과 9할이 넘는 OPS(출루율+장타율·0.997·26일 기준)로 SSG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원형 SSG 감독은 “(오)태곤이 얘가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부담을 갖지 않고 잘 치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선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4회초에는 LG 선발투수 김윤식을 상대로 3B-1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한 뒤 높게 형성된 직구를 잡아당겨 좌월 솔로홈런으로 연결했다. 3-3으로 맞선 5회초 1사 1·2루선 1타점 우익선상 2루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김 감독은 “공격 쪽에선 태곤이가 추격의 솔로포와 결승타를 치는 등 맹활약해줬다”고 칭찬했다.
타구의 질도 매우 뛰어나다.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강한 타구가 적잖이 나온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시속 150㎞의 강한 타구 비율은 31%로 최정(32.8%)의 뒤를 바로 잇는 팀 내 2위다. 26일 친 홈런의 타구속도는 LG 구단 트랙맨 측정 데이터로 시속 170.6㎞가 나왔다. 오태곤은 “좋은 타구가 왜 잘 나올까. 나도 묻고 싶다”며 웃더니 “야구가 ‘멘탈 스포츠’가 맞나보다. 매년 그랬듯 올해도 똑같이 준비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FA 계약 전후로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오태곤은 “돌아보면 ‘잘해야 돼’라는 마음이 참 컸다. 그런데 이젠 주위에서 ‘지난해 이렇게 했으면 더 큰 계약도 하지 않았겠느냐’고 농담도 하신다”며 “난 도리어 FA 계약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FA 계약을 했으니 부담이 생기지 않았느냐’라거나 ‘개인 목표가 더 생기지 않았느냐’고 묻는 분도 많지만, 개인의 목표는 없다. 팀만 이기면 된다. 나아가 지난해 우승했으니 우승 한 번 더 맛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잠실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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