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KOVO
마지막 세트에서도 김민지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13-11로 앞선 가운데 그가 다시 코트를 밟자 도로공사 선수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묻어났다.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김민지는 상대 전새얀의 리시브 실패를 유도한 뒤 다시 문정원을 향한 날카로운 서브를 내리 성공시켜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쌍포 실바(28점)와 강소휘(22점)가 팀 승리를 이끈 주역들이라면, 김민지는 ‘언성 히어로’였다.
이날의 활약이 훨씬 더 돋보였던 것은 김민지의 프로 경력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다. 2004년생인 그는 일신여중~일신여상을 거쳐 지난해 V리그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설 자리는 넓지 않았다. 프로 데뷔시즌 1경기 1세트 출전에 머물렀고, 끝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됐다.
실업팀 입단 테스트를 받는 한편 배구를 포기할 생각까지 하던 김민지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마침 GS칼텍스가 연락해왔고, 올해 7월 계약했다. 그렇게 제2의 프로인생을 맞은 김민지는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1라운드 6경기 14세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순간마다 차 감독은 날카로운 서브를 장착한 ‘신무기’ 투입을 망설이지 않는다. 모든 지표에서 밀린 도로공사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차 감독은 “과감한 서브가 필요했다. (김)민지가 4, 5세트 흐름을 바꿨다”고 칭찬했다.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경기를 마친 김민지는 “(흥국생명과 이별한 뒤) 멘탈이 나간 상태였다. 인생에 2번째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던데, GS칼텍스에서 어렵게 잡았다. 오랫동안 끝까지 살아남자는 마음가짐”이라며 활짝 웃었다.
차 감독은 오래 전부터 비주전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특별한 득점에 10만 원의 인센티브를 걸었다. 물론 모두 사비인데, 김민지는 30만 원의 특근수당(?)을 받게 됐다. 야간훈련마다 최소 30분, 길게는 1시간 동안 서브 훈련에 매달린 결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