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KPGA 선수권 나선 ‘통산 최다승’ 최상호, “골프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이었다”

입력 2024-06-07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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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선수권대회 최고령 출전자인 최상호(오른쪽)가 2라운드를 마친 뒤 김원섭 KPGA 회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 | KPGA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이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통산 최다승(43승) 기록 보유자 최상호(69)가 9년 만에 출전한 KPGA 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한 말이다.

최상호는 7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 (총상금 16억 원·우승상금 3억2000만 원) 2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잃었다. 세월의 무게 탓에 이틀간 기록한 최종 스코어는 10오버파, 152타.
‘당연히’ 컷 통과에 실패하고, 순위표 아래쪽에 자리 잡았지만 경기를 마친 그의 표정에는 살며시 미소가 흘러나왔다.

KPGA 선수권대회 2라운드 9번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는 최상호. 사진제공 | KPGA


최상호는 KPGA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1978년 여주오픈부터 2005년 매경오픈까지 27년 동안 무려 43승을 쌓았다. 통산 다승 2위 박남신(20승)에 두 배 넘게 앞선다. 9차례 상금왕과 대상, 11차례 평균타수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로 올해 67회를 맞은 KPGA 선수권대회에서도 6차례 정상(1982, 1985, 1986, 1989, 1992, 1994년)에 올랐다. 2005년 50세4월25일에 매경오픈에서 우승해 19년 동안 지킨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은 지난달 12일 54세의 최경주가 SK텔레콤 오픈 정상에 오르며 깨졌다. 2006년 시니어 무대에 진출한 최상호는 시니어 부문 15승, 그랜드 시니어 부문 11승을 합쳐 26승도 쌓았다.

2015년을 끝으로 KPGA 선수권대회에 8년 동안 나서지 않았던 최상호는 오랜 만에 이 대회에 출전했다.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 이 대회에 나설 수 있지만, 나는 은퇴한 사람이나 다름없고, 출전해봐야 성적도 못 내고 해서 그동안 이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고 설명한 최상호는 “KPGA가 임원진이 바뀌고, 김원섭 회장께서 ‘참가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셔 모처럼 대회에 나섰다. 요즘도 평소에 74타, 75타 정도를 쳐 한 라운드에 4오버파 정도 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나왔는데, 내 생각보다 2타 더 친 셈”이라고 밝혔다.

KPGA 선수권대회 2라운드 9번 홀에서 벙커샷을 하고 있는 최상호. 사진제공 | KPGA


“오랜만에 투어에 출전해 정말 긴장도 됐고 요즘 제일 핫한 두 선수(고군택, 김한별)와 함께 조가 묶여 힘들기도 했다. 나보다 거리가 40야드 정도 더 나가고 걸음도 빠르다. 그러다 보니 힘도 들어가고 빨리 쫓아가려고 애썼다”면서도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을 보냈다”며 웃음을 지었다.

역대 챔피언들이 여럿 나선 이번 대회 출전자 중 최고령자인 최상호는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으니 올해로 53, 54년 정도 됐지만 여전히 골프는 어렵다”면서도 “골프는 인생과 비슷하다. 그래서 골프가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최경주가 자신이 갖고 있던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새로 쓴 것에 대해 “아무래도 시원섭섭하다”며 웃은 뒤 “하지만 기록이란 깨지기 마련이다. 그래야 투어와 선수 모두 발전한다”고 소신을 밝힌 그는 “밥벌이를 해야 하는 젊은 선수들의 기회를 뺏는 것 같아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는 말로 더 이상 KPGA 선수권대회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양산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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