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가고 싶지 않았지만”…축구인생 ‘마지막 도전’ 선택한 홍명보 감독

입력 2024-07-10 22: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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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내 축구인생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 때(2014브라질월드컵)를 기억하면 끔찍하다.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나는 나를 버렸다. 오직 한국축구만을 위하겠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55)이 차기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 제안을 수락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대한축구협회(KFA)가 7일 홍 감독을 사령탑으로 내정한 데 이어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KFA 기술발전위원장 겸 기술총괄이사가 홍 감독의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 이사는 “홍 감독이 현 소속팀 울산에서 보여주는 빌드업 축구, ‘원 팀’ 리더십, 대표팀 지도 경험 등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축구계에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홍 감독이 수락했다는 사실보다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관장한 전력강화위원회가 무너진 채 선임된 결과였기에 파장은 컸다. 2~5일 거스 포옛 감독(우루과이), 다비트 바그너 감독(독일)과 유럽에서 협상을 마친 뒤 돌아온 이 이사는 귀국 당일인 5일 밤 홍 감독의 집으로 찾아가 설득했다. 그리고 이튿날 홍 감독은 제안을 수락했다.

시선은 1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울산-광주FC전에 집중됐다. 팬들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홍 감독의 경기를 기분 좋게 볼 수 없었다. 대표팀 사령탑에 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홍 감독이 갑작스럽게 KFA의 제안을 수락하자 울산 팬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킥오프 직전 “거짓말쟁이”라는 걸개로 배신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경기 내내 홍 감독은 벤치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광주 이희균의 결승골로 0-1로 패한 뒤 홍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패배의 아픔과 구단에 대한 미안함이 뒤엉킨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나타났다.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죄송하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경기 총평을 짧게 끝낸 뒤 홍 감독은 그동안의 사정에 대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을 때가 2014브라질월드컵이 끝난 뒤였다. 굉장히 힘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대표팀 감독으로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았기 때문에 더욱 가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홍 감독은 2월부터 꾸준히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후보로 거론됐던 사실을 되새겼다. 그는 “내 의도와 상관없이 KFA, 전력강화위원회, 언론에서 언급될 때 정말로 괴로웠다. 뭔가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5일 이 이사가 집앞에 찾아왔다. 그 때 처음 이 이사를 만났다. 나한테 MIK(Made In Korea)라는 기술철학을 얘기했다. KFA 전무이사를 지낼 때 그 기술철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무리짓지 못했다. 현장에 있는 감독으로 그것을 실현시키고 싶었다”며 “마지막으로 울산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울산|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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