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라운드 18번홀을 마친 뒤 잠시 생각에 젖은 김주형. 그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손흥민 선수가 왜 그렇게 많이 우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기앙쿠르(프랑스) | AP뉴시스
눈물을 왈칵 쏟은 뒤 “손흥민 선수가 왜 이렇게 많이 우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올림픽의 압박감은 그만큼 컸다.
김주형은 5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1)에서 끝난 2024 파리올림픽 남자골프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이고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 8위로 대회를 마쳤다. 함께 출전한 안병훈도 합계 6언더파 공동 24위에 머물면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했던 한국 남자골프는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김주형의 8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안병훈이 기록한 공동 11위를 넘어서는 한국 남자골프 올림픽 역대 최고 순위다.
3라운드까지 공동 6위에 올라 동메달 획득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김주형은 마지막 18번 홀을 더블보기로 마친 뒤 “이렇게 눈물이 나올지, 감정적이 될지 나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올림픽을 준비하며 억눌렀던 감정들이 지금 올라오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골프를 시작한 뒤 마지막 날 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메달을 못 따서 우는 것은 절대 아니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를 위해 메달을 따고 싶었다기보다 아직 한국 남자 골프가 올림픽 메달을 딴 적이 없기에 한국 골프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나라를 대표한다는 스트레스와 부담이 상당했다. 올림픽을 마치고 나니 손흥민 선수가 왜 그렇게 많이 우는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승은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차지했다.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아 9언더파를 몰아쳐 최종합계 19언더파로 토미 플리트우드(영국‧18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17언더파를 적어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에게 돌아갔다.
파리올림픽 여자골프는 같은 장소에서 7일 1라운드가 시작된다. 한국은 고진영 김효주 양희영이 출전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