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매 순간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다”…1위 강원의 감초 황문기의 남다른 동기부여

입력 2024-08-22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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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FC이 살림꾼 황문기.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FC이 살림꾼 황문기. 사진 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강원FC는 유례없는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1 선두(15승5무7패·승점 50)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10위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했으나, 완전히 다른 팀으로 진화했다. 구단 역대 단일시즌 최다승(14승)을 넘어 1부 최고 성적, 그리고 낯설기만 했던 우승도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

윤정환 감독의 지도력과 18세의 무서운 신인 양민혁, 팀 내 최다득점(10골)의 이상헌 등 매서운 공격진이 강원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묵묵히 지원사격을 하는 황문기(28)도 빼놓을 수 없다. 최고의 조연이다. 활동량, 수비, 크로스 능력 모두 출중해 리그 최고 오른쪽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27라운드까지 모든 경기에 출전하는 꾸준함도 돋보인다. 18일 광주FC와 홈경기에선 크로스로 코바체비치의 헤더골을 어시스트하며 3-2 역전승에 이바지했다.

힘든 시간도 겪었다. 2015년 포르투갈 아카데미카 드 코임브라에서 프로로 데뷔한 뒤 2020년 K리그2 FC안양 유니폼을 입고 국내무대에 도전했다. 이듬해 강원에 입단했지만, 많이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지난해 황문기의 축구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찾아왔다. 윙어에서 오른쪽 수비수로 포지션 변경이 전환점이었다. “10월 정규리그 마지막 광주와 원정경기가 끝난 뒤 감독님과 코치님이 오른쪽 수비수로 바꾸는 것을 제안하셨다”고 밝힌 그는 “어떻게든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포지션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놓았다.

보직을 바꾼 뒤 팀과 함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올스타 격인 ‘팀 K리그’에 선발돼 토트넘(잉글랜드)과 친선경기를 뛰며 기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물론 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황문기는 “매 시즌을 치르면서 항상 ‘절대 아쉬운 시즌이 되지 말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매 훈련, 매 경기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뛰었다. 그것이 내 동기부여였다”며 “행운도 분명 따랐지만, 지금까지 노력이 조금씩 보상받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웃었다.

여전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강원의 우승과 생애 첫 국가대표 발탁 등 어느 때보다 꿈이 손에 잡힐 듯하다. “선수들 사이에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끈끈한 호흡과 좋은 느낌이 감돈다. 그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그는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감독님께서 리그를 등산에 비유하신다. 우리는 아직 산 중턱밖에 오지 않았다. 지금부터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하루하루에 집중하다 보면 팀 성적과 개인 커리어에도 값진 결과를 받아들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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