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호가 7일(한국시간)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역도 남자 80㎏급에 출전해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잘했다. 우리 김규호! 당신의 패기 너무 멋졌어!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에 처음 오르고 난 뒤 역도대표팀 간판 김규호(43·평택시청)의 휴대전화에는 아내 김은주 씨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한국시간으로 7일 새벽 벌어진 경기, 김 씨와 세 자녀는 김규호의 경기를 보느라 밤을 지새웠다. 김규호는 “시합 전에도 장문의 메시지를 받아 힘이 났는데,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 아들 김탄, 3학년 딸 김수아, 1학년 아들 김찬 모두 안 자고 응원한다고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가장의 꿈을 응원하는 가족이 있기에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낼 수 있었다. 2022항저우아시안패러게임에서 201㎏을 든 그는 이번 대회 1차 시기부터 202㎏를 신청해 가볍게 들었다. 215㎏으로 동메달을 딴 라술 모흐신(이라크)을 제치기 위해 마지막 3차 시기에선 216㎏을 신청하는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그는 “나를 넘어설 때 정상에 있는 이들과 붙을 수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다음 패럴림픽부터 금메달을 노리는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은행원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김규호. 사진출처|우리은행 페이스북
김규호는 “정년까지도 다닐 수 있는 안정적 직장을 그만두려고 하자, 부모님과 아내뿐만 아니라 회사 동료와 친구들까지 반대했다”며 “그때 내게 ‘잘못된 선택’이라고 한 분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로선 결단을 내려야 했고,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세계로 나갈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를 그만두면서 금전적 어려움도 분명 있었다. 갚아야 할 것도 있었으니 정말 힘들었다”고 돌아본 뒤 “그래도 지금은 실업팀 평택시청 소속이 돼 잘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호가 아내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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