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드(With)’ 실현 위해 다 쏟아낸 이용훈 SOK 회장, “특별하고 행복했던 4년, 더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스포츠 참여의 기회 얻길”

입력 2024-09-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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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전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이 임기 만료를 이틀 앞둔 5일 서울 신사동 인타임즈인 사옥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한 뒤 손가락 하트를 그리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용훈 전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이 임기 만료를 이틀 앞둔 5일 서울 신사동 인타임즈인 사옥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한 뒤 손가락 하트를 그리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용훈 전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회장(59)을 마주한 곳은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글로벌교육업체 인타임즈인의 집무실이었다. 본업을 제쳐놓고 숨 가쁘게, 울고 웃으며 보낸 4년 임기의 종료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SOK는 발달장애인의 체육 및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쏜살처럼 시간이 흘렀다. 이달 초 SOK 사무국 식구들과 석별의 정을 나눈 자리에서 이 전 회장은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그간의 발자취를 압축해 담아낸 동영상이었다. 그는 이를 수차례 돌려보며 지난날들을 추억할 수 있었다.

담백한 어조로 “차분하고 담담하다”고 밝혔지만, 4년간의 보람찬 여정에서 자연스레 솟아오른 벅찬 감정을 주체하기는 어려운 듯했다. 이 전 회장은 “SOK에 최대한 헌신했다. 만사 다 제쳐놓고 모든 마음을 담아 일을 했다. 진심을 쏟았다. 솔직히 이것이 맞는 표현인지 몰라도 많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이 전혀 없진 않다. 임기 내내 강조한 ‘위드(With)’의 개념을 실천하려고 취임 준비 단계부터 4년간 모든 대회 현장을 빠짐없이 누빈 그는 “더 많은 기쁨을 주지 못해, 더 많은 분들에게 참여의 장을 마련해드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말 대의원들의 과반 지지로 제5대 SOK 회장으로 선출된 정양석 전 국회의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7일 공식적으로 퇴임한 이 회장에게 ‘위드 SOK’, 4년의 소회를 들어봤다.

-발달장애인의 스포츠 저변 확대에 크게 이바지했다. 임기 중 가장 크게 보람을 느낀 활동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K리그 통합축구가 아닐까 싶다. 발달장애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이 축구다. 이를 주목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협력으로 K리그 통합축구팀을 만들고, 대회를 개최해 발달장애인도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사회에 심을 수 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8개 팀이었는데, 올해 13개 팀이 창단했다. 프로축구단이 지역사회 발달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구성원으로 한 팀이 돼 참여하는 ‘통합축구’는 완전히 정착됐고, 스페셜올림픽 국제본부에서도 성공 사례로 주목한다. 통합축구를 대표 모델로 삼아 농구, 배구 등 타 종목으로도 확산할 수 있는 기본 토양을 조성한 것이다.

- 발달장애인 선수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지역사회의 유수 의료기관과 협의해 발달장애인 체육인도 가족과 함께 스포츠인으로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초석을 다졌다. 그래도 특정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이런 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에게 사회 참여의 기회를 확대했고, 비장애인들에게는 각자 재능과 능력을 활용해 모두와 함께할 단초를 마련한 것이 유의미했다고 본다.”

-2020년 처음 부임했을 때를 떠올리면 사회적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회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했다. 사회 전 분야가 위축됐다. 물론 스페셜올림픽도 큰 타격을 입었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많은 기회가 상실됐다. 국제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도 사라졌다. 당장의 사회참여보다는 안전이 중요한 시기였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새롭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갔다.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유명인들이 참여한 각종 행사를 주관했다. 그 결과 노력이 보상받았다. 코로나 시대에도 스페셜올림픽 태권도위원회를 창설해 국기 태권도를 알렸고, 핸드볼팀을 만들어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이러한 모든 노력이 발달장애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다.”

-스페셜올림픽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
“발달장애인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많다. 일반적 교육 외에도 음악, 미술, 체육, 언어 및 심리치료, 놀이 등이다. 여기에 스포츠도 추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체육을 ‘움직임을 통해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분야라고 여긴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스포츠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을 익히는, 가장 쉬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 회장은 ‘사회화 과정’을 언급했다. 다양한 스포츠 활동 속에서 배우고 익힌 도전정신과 자신감이 활발한 사회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노력한다면 모두가 동등하게 성취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봤다.

-항상 ‘위드’를 강조했다. 임기 중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대개 장애인을 대할 때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할지’를 고민한다. 반면 ‘위드’는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나 역시 단체 회장이 아닌, 동료로 함께 대했다. 지난해에만 50개 넘는 스페셜올림픽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 짧게는 사흘, 길게는 한 달여간 발달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뛰고 먹고 잠을 잤다. 그게 내가 한 약속이었다. 특별함이 아닌, 똑같은 사회 일원으로 대하려 했다.”

-국내 23만 발달장애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확실히 자리 잡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발달장애인들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 가령 빌딩을 가진 이들이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과감히 공간 한 편을 내어줄 수 있는 용기, 재능을 지닌 이들이 함께 재능을 나눠줄 수 있는 물질적, 심적 여유도 있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2006년 12월 유엔(UN) 총회에서 채택된 ‘UN 장애인 권리협약’에는 “장애는 개인적 상태가 아닌 장애인과 장애를 대하는 사회환경, 인식과 태도, 구조적 장벽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결국 장애는 물리적 현상이라기보다 인식 속에서 비롯된 편견일 뿐이다. 이 전 회장은 임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편견 타파’를 간절히 바랐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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