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에 대한 공식 징계내용을 적시한 공문. 사진출처 | 시나닷컴
가장 우려했던 사태가 터졌다. 전 축구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32·수원FC)가 중국축구협회(CFA)로부터 영구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선수생활을 이어가는데 중대 기로에 섰다.
중국 체육총국과 공안국은 10일 다롄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 프로축구 불법도박 및 승부조작 사건 등에 대한 특별 시정조치 결과를 공개했다.
2022년부터 랴오닝성에 특별 기구를 설치해 수사에 나선 공안은 온라인 도박과 승부조작, 뇌물수수 등 범죄 단속에 나서 범죄 용의자 128명을 검거했고, 불법 도박 조직 12개를 소탕했다. 이 과정에서 축구 도박과 승부조작 의심사례 120여건이 확인됐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83명의 선수와 심판, 지도자, 구단 관계자들에 대해 법 집행을 했다. 여기에 손준호가 포함됐다.
CFA는 “축구 관계자들이 불법 범죄에 연루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적시에 대중에 알리고 사회적 감시를 받게 될 것”이라며 사건에 연루된 축구인 61명에 대한 자체 징계를 발표했다. 자체 규정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손준호를 포함한 43명은 평생 중국에서 축구와 관련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했다. 17명에겐 5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CFA는 손준호 징계 관련 내용을 대한축구협회(KFA)에 전달할 예정이다. 징계 발표문에는 ‘산둥 타이샨에서 뛴 손준호는 부당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부정거래와 승부조작, 불법 수익에 가담해 스포츠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명시됐다. KFA는 발표 후 CFA에 사실 확인에 대한 공문을 요청한 상태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된 뒤 10개월간 구속 조사를 받고 올해 3월 석방됐다. 당시 혐의는 비국가공작인원 수뢰죄(정부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속한 사람이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였는데 선수 측은 정확한 사유와 유·무죄 여부에 대해 계속 함구해왔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면 K리그도 큰 타격을 입는다. 징계발표가 이뤄진 뒤에도 손준호는 일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CFA 징계 범위는 ‘중국 내’로 한정됐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은 자체 프로토콜에 따라 승부조작, 성비위 등 무거운 사안에 대해 회원국 협회가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CFA도 이 절차를 거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뿐 아니라 어디서도 축구를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손준호는 수감생활을 마친 뒤 CFA로부터 국제이적동의서를 발급받고 KFA 선수등록을 거쳐 6월 K리그1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꾸준히 출전하며 골맛도 봤고 공식석상에선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러나 CFA가 앞서 KFA에 손준호 등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는다는 내용의 레터를 보낸 사실을 미리 파악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팔레스타인~오만으로 이어진 9월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연전에 나설 엔트리를 확정하며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손준호를 뽑지 않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